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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독인줄 알았더니 건선이라고? … ‘피부발진’ 오진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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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독인줄 알았더니 건선이라고? … ‘피부발진’ 오진 주의

입력 2016-04-15 10:22수정 2016-04-1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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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의원, ‘혈기왕성한 젊은남성에 매독’ STD검사 유도, 수익 챙겨
고의성 완연, 사랑하는 여친 잃기도
“제가 매독이라고요?”

육군 부사관 심모 씨(25)는 최근 피부발진처럼 보이는 증상이 생겨 부대 근처의 내과를 찾았다. 몸을 이리저리 둘러본 의사는 ‘매독이 의심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했다. ‘큰 성병에 걸렸다’는 충격에 빠진 심 씨는 자신이 어떤 경로로 매독에 옮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의사의 권고대로 거금 들여 성병 종합검사를 받았다. 문제는 여자친구였다. 의사는 매독이 성관계로 핑퐁감염이 될 우려가 높은 만큼 여자친구 역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에 어렵사리 매독이라는 말을 꺼내자마자 여자친구는 노발대발했다. 죄인이 된 심정으로 겨우 여자친구를 설득해 함께 성병검사를 받았다. 결과를 기다리는 1주일이 1년처럼 느껴지며 여자친구와 급속도로 냉랭해진 두 사람의 결과는 ‘음성’으로 나왔다. 심 씨는 이번 소동으로 결국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검사비용으로 40만원을 날렸으며, 피부발진은 악화되는 최악의 사태를 맞게 됐다. 억울한 마음에 의사에게 화를 냈지만 의사는 “젊은 군인이라 성생활이 활발할 것 같아 내린 진단”이라며 “아니면 다행이지 왜 화를 내느냐”고 역정을 냈다.


심 씨는 시간과 돈, 사랑까지 잃은 것도 모자라 피부 증상이 심해지자 결국 큰 병원을 찾았다. 그의 ‘진짜 병명’은 건선이었다. 이와 관련 ‘건선과 매독 병변을 구별을 제대로 못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심 씨는 “부대에서도 나와 비슷한 일을 당한 사람이 생각보다 적잖았다”며 “검사비용을 위한 ‘바가지’가 아니었나 의심이 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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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선은 피부질환, 매독은 일종의 성병으로 피부발진이 나타난다는 사실 외에는 전혀 다른 범위의 질환이다.

매독은 트레포네마 팔리듐(Treponema pallidum)이라는 병원균에 감염돼 나타난다. 주로 성행위로 전파되며 키스, 피부접촉 등으로도 일어날 수 있다. 한번 성관계로 감염될 확률은 15~30%로 매우 높은 편이다. 성기나 입술 등에 혹이나 염증이 발생, 진행되며 전신에 빨간 발진이 유발된다.

건선은 피부 면역세포가 정상세포 및 조직을 병균 또는 이물질로 인식, 이를 제거하기 위해 과도하게 증식하며 유발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초기에는 좁쌀만한 발진으로 시작돼 증상이 점점 심해지면 피부가 딱딱하게 굳어지며 비듬 같은 각질이 생긴다. 피부 표면이 메마르면서 옷깃만 스쳐도 가렵고 발진이 쉽게 일어난다.

건선과 매독, 겉모습으로 과연 구분하기 힘든가

피부과 전문의라면 굳이 심 씨처럼 고가의 정밀검사를 받지 않아도 건선과 매독으로 인한 발진을 육안으로도 비교적 수월하게 판정할 수 있다.

조소연 서울대 보라매병원 피부과 교수는 “건선과 매독은 피부과 전문의라면 병변을 보고 구별하는 게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며 “발진이 일어난 경우 웬만하면 피부과를 가는 게 치료기간을 단축시키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례의 의료진 같은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며 “매독의 경우 혈액검사만으로 간단히 진단할 수 있어 확진되기 전 여자친구나 배우자를 데려와야 한다는 등 환자에게 부담을 줄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서 젊은 매독 환자는 드문 만큼 각질이 낀 붉은 병변을 가진 환자가 내원했다면 매독보다는 피부질환 쪽을 의심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선은 혈액검사로 진단할 수 없는 질환으로 의사의 병변을 감별할 수 있는 관찰력이 가장 중요하다. 피검사로 건선 여부를 알 수 없다. 건선은 임상적 소견을 중심으로 진단하고 아주 애매한 경우에만 조직검사로 확진을 내린다. 주로 좁쌀 크기로 시작하는 피부 위로 돌출된 붉은 발진, 새하얗게 덮여 쉽게 벗겨지는 각질, 점점 두꺼워지는 피부, 경미한 가려움증 등이 특징이다.

반면 매독은 대개 성기에 단순하게 붉은 궤양이 나타난다. 안쪽으로 파인 게 특징이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전신에 반점, 구진, 편평곤지름, 농포, 탈모증 등 다양한 피부증세를 보이지만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아도 외양상의 증상은 저절로 사라진다. 다만 초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완치가 쉽지만 후기로 갈수록 치료가 까다롭고 전신적인 합병증을 불러오므로 주의해야 한다.

점점 피부가 두꺼워지고 각질이 쌓이는 건선과 달리 매독은 단순 피부염으로 보일 수 있는 만큼 피부 반응만을 보고 매독으로 진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매독은 대부분 혈청검사로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의심되는 관계 이후’ 9~30일 이내에 시행하면 된다.

건선도 초기에 치료할수록 유리하다. 다만 재발이 잦은 것을 감안하고 치료에 나서야 한다. 김동현 차과학대 분당차병원 피부과 교수는 “체내 면역세포가 자극받게 되면 일반적인 습진이나 피부염은 자연적으로 좋아지지만 건선은 오래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정신적인 긴장이나 감염 등이 계속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건선은 안과질환, 심혈관질환, 관절염뿐 아니라 정신적 문제까지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진단받은 뒤 빨리 치료에 나서야 한다”며 “방치하면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단순한 피부질환이 아닌 대사성 질환으로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건선은 단순 피부질환 이상으로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 피부에 드러나는 병변으로 환자는 주위의 편견에 힘겨워한다. 자가면역질환임에도 ‘옮는 병’으로 여겨져 기피하는 사람들의 시선에 괴롭다. 중증 건선 환자의 10%이상이 자살 충동을 느낀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심각하다. 한 조사 결과 건선 환자의 삶의 질 점수는 46점으로, 암 환자(49점)나 당뇨병 환자(52점)보다 낮아 정도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에는 연고를 바르는 것으로 호전되며, 자외선을 환부에 쬐는 광선치료,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전신치료 등을 시행한다. 정도가 심하면 생물학적 제제(동물 단백질에서 뽑은 면역억제물질로 만든 약물)를 활용하기도 한다.

매독은 잠복기와 증상이 나오는 시점이 반복되는 성병이다. 잠복기가 길어 다른 사람을 전염시킬 가능성이 높다. 큰 통증이 없어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증상이 없어도 끝난 게 아니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 계속 진행될 우려가 높다.

이영훈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매독 증상이 없어도 반드시 치료받아야 하는 것은 수십 년 후에 나타나는 2차 매독 증상 때문”이라며 “한 번 걸리면 몸에 숨어있던 균이 어느 순간 심장·뇌신경·피부 등에 단단한 결절을 만들어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질환으로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은 태아를 감염시키고 사산, 조산, 유산 등을 겪을 수 있어 조기에 치료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매독은 초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완치될 수 있지만 미룰수록 치료가 어렵다. 양성으로 나타나면 균의 활성도를 판단하는 정량검사와 이 상황이 위양성이 아닌지 여부를 판단하는 혈청검사를 다시 시행한다. 완벽히 판단되면 항생제 치료에 나선다. 균이 항생제에 아주 약하기 때문에 대부분 몇 번의 항생제 주사로 치료가 잘 이뤄진다.

다만 치료 후에도 양성이 지속되는 경우 가능성도 있다. 치료 후에도 일부 환자에서는 낮은 수치이지만 양성으로 계속 균이 검출되는 사례가 있어 꾸준히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게 좋다.
매독과 건선은 ‘발진’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엄연히 다른 질환이다. 초기치료가 중요한 데다 삶의 질에 영향을 끼치는 만큼 적절한 진단이 이뤄져야 시간과 비용과 마음고생을 모두 경감시킬 수 있다.

실제로 피부질환 종류는 워낙 다양한 만큼 전문의가 아닌 이상 오진할 우려가 적잖다. 가령 한포진을 아토피로 생각하거나, 지루성 피부염을 여드름으로 진단하는 경우도 있다. 1992년에는 피부병 환자를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환자로 오진, 일반인을 에이즈 환자 병동에 수용하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피부질환은 자칫 전신질환과 관련돼 나타나는 증상일 수 있어 피부과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게 관건이다.

글/취재 = 동아닷컴 라이프섹션 정희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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