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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살 美교포상인 홍정복씨 장례식 흑인몰려 눈물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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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살 美교포상인 홍정복씨 장례식 흑인몰려 눈물조문

입력 1999-02-13 18:46수정 2009-09-2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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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거주지역의 한 한인(韓人)식료품상의 장례식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사회를 울렸다. 11일 로스앤젤레스의 흑인거주지역 사우스센트럴 세인트 브리지드 성당에서 치러진 한인 여성 홍정복씨(52)의 장례식에는 지역주민인 흑인과 시의회의원 한인교포 등 3백여명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눈물로 전송했다. 뉴욕 타임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등 미 언론들은 “조문객의 대부분이 흑인이었다”고 전했다. 홍씨는 장례식이 치러진 흑인거주지역에 있는 자신의 가게에서 3일 권총강도에게 피살됐다.

장례식에서 단골손님이던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운수국소속 버스운전사 6명이 정복차림으로 홍씨의 관을 운구했다.

생전의 홍씨 별명은 ‘마마’였다. 기저귀와 우유를 살 돈이 없는 흑인여인에게 마마는 “돈은 다음에 내라”며 물건을 주었고 여인은 약속을 지켰다. 헐렁한 통바지를 입은 10대 흑인이 가게에 나타나도 마마는 감시의 눈길 대신 부드러운 미소를 보여줬다. 한 흑인 소년은 장례식장에서 “마마는 우리를 인간으로 대우했다. 피부색을 따지지 않았다”며 울먹였다.

생계보조비로 나온 수표로 술을 사면서 나머지는 현금으로 바꿔달라는 남자의 집에 전화를 걸어 ‘부인이 직접 거스름돈을 받아가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15년간 흑인사회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한 홍씨는 92년 흑인폭동 당시 아무런 피해도 보지 않았다. 인근 주민들이 지켜준 덕분이었다. 주민들은 2명의 히스패닉계 범인이 ‘우리동네 사람’이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시의회는 살해범의 제보자에게 2만5천달러를 주기로 했다.

이날 장례식장은 인근 주민은 물론 시의원 등 고위인사들, 취재진까지 몰려 몹시 혼잡했다. 장례식에 참석할 수 없었던 사람들은 홍씨의 가게로 갔다. “장례식에 참석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주차할 자리가 없더군요. 할 수 없이 여기로 왔습니다.”

가게 앞에는 꽃다발과 촛불, 성경책, 추모의 글귀 등이 가득 쌓여있었다.

“당신은 남을 돕는 일을 맡은 천사였어요, 마마.”

동네 젊은이가 붉은색으로 휘갈겨 쓴 글귀도 있었다. “마마, 우리가 살인자를 찾아 대가를 치르게 할께요.”

그 옆엔 이보다는 마마의 평시 목소리와 아주 닮아보이는 메시지도 있었다. “주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자기가 무슨 일을 했는지 모릅니다.”

두 인종간에 쌓였던 의심과 증오, 공포와 분노는 이렇게 사그라지고 있었다.

〈허승호기자〉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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