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타면 촬영 동의한 것”…불법촬영 적발된 공무원의 황당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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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8월 7일 0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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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동의 없이 여성들의 신체를 촬영하다 적발된 공무원이 황당한 변명을 내세우면서 징계에 불복해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유환우 부장판사)는 공무원 A 씨가 소속 기관장을 상대로 “감봉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을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앞서 A 씨는 지난 2020년 5월 출근길 지하철 열차 내에서 휴대전화 무음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다가 피해 여성의 신고로 적발됐다. 그는 2020년 초부터 유사한 범행을 수차례 반복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재판에서 “공개된 장소로서 폐쇄회로TV(CCTV)가 설치된 전동차에 탑승하는 승객들은 자신의 모습이 촬영되는 것에 대해 묵시적으로 동의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경찰의 출석 요구를 받은 뒤 자신의 휴대전화를 초기화하는 등 혐의를 부인했지만, 경찰이 디지털 포렌식 결과를 증거로 제시하자 “피해 여성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범행을 인정했다.

다만 검찰은 A 씨가 피해자의 특정 신체 부위를 부각해 촬영하지는 않았다며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후 소속 기관은 A 씨에게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감봉 1개월 징계를 내렸다.

이에 A 씨는 징계가 부당하다며 행정 소송을 냈다. A 씨 측은 재판에서 “경찰이 강압적으로 추궁해 불법 촬영을 시인하는 듯 한 진술을 한 것”이라며 “풍경 사진을 촬영했을 뿐 특정 여성을 대상으로 촬영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 씨가 수사 기관에서 자백한 내용과 피해 여성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고, A 씨가 실제로 풍경 사진을 찍었을 뿐이라면 휴대전화를 초기화할 이유가 없다며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무원으로서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윤리의식, 품위유지의무 등이 요구된다. 수사기관으로부터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비위 정도가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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