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갚자 호텔 도어록 200개에 강력접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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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7월 1일 14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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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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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운영업체가 돈을 갚지 않았다는 이유로 객실 도어록(잠금장치)에 강력접착제를 바른 대부업체 직원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 11단독(판사 심현근)은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대부업체 직원 A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대부업체는 지난 2018년 서울 명동의 한 호텔을 위탁 운영하던 B 회사에 갖고 있던 4억 원어치 채권을 근거로 300개에 달하는 호텔 도어록에 집합동산 근담보권을 설정했다. 하지만 당시 B 회사는 운영 사정이 어려워졌고 호텔 객실 대부분의 위탁 운영권을 C 회사로 넘겼다.

이듬해 대부업체는 B 회사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도어록을 강제경매에 넘겨 낙찰받고 C 회사에 매수를 제안했다. 미수금을 받아내기 위해서다.

C 회사는 도어록은 위탁 운영 업체가 아닌 객실 소유자들의 것이지 이를 담보로 삼을 수 없다며 매수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자 이 대부업체의 직원 A 씨는 2019년 11월 강력 순간접착제를 바른 종이를 호텔 객실 도어록에 접어 넣는 방식으로 카드키를 꽂을 수 없게 만들어 200개의 도어록을 파손시켰다.

대부업체 측은 도어록 소유권을 정당하게 취득했으므로 이는 업무방해가 아닌 소유물에 대한 자유로운 권리 행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도어록 사용 대가의 지급이나 도어록 인도 등은 민사소송이나 강제집행 절차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며 대부업체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재판부는 A 씨에 대해 “도어록을 경매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자력구제에 나서 범행을 저질렀다. 영업 피해가 적지 않아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A 씨가 회사 지시에 따랐을 뿐이고 벌금을 초과하는 전과가 없는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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