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금 포기해!” 특약 넣은 계약서 법적으로 유효할까? [법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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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6월 23일 15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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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금보호는 강행법규기 때문에 약정 있더라도 법률이 먼저

“권리금을 받기 위해 신규 세입자를 구해 건물주에게 주선했습니다. 그런데 건물주는 이 신규 세입자와의 계약을 거부합니다. 제가 임대차 계약 당시 건물주가 요구하는 ‘권리금 포기’ 특약에 동의했다는 겁니다. 물론 당시에는 상권이 좋아 동의 했었지만, 이제 와 권리금을 포기하자니 억울하고 아까운 생각이 듭니다. 열심히 일한 제가 권리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권리금’이란 영업시설, 거래처, 신용, 영업상 노하우, 위치(바닥)에 따른 이점 등을 기준으로 비롯된 금전적 가치를 뜻한다.

건물주가 임대차 계약서에 ‘권리금 포기’ 특약을 넣어 마음고생 하는 세입자들이 종종 있다. 계약 기간 중 세입자에게 문제가 있어 건물주가 권리금보호를 거부하는 경우와 달리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세입자의 권리를 포기시켰다면 어찌해야 할까.

23일 엄정숙 부동산 전문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임법) 제10조의4에는 세입자의 권리금보호에 관한 법률이 규정되어 있다”며 “이는 세입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률로 계약서상 특약만으로 세입자의 권리금회수 기회를 방해했다면 위법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상임법 15조에는 ‘이 법의 규정에 위반된 약정으로서 임차인(세입자)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권리금보호에 관한 법은 상임법에 규정된 내용이다. 상임법은 강행규정 이므로 이 법에 위배 된 계약이 있다면 무효라는 말이다. 특약이 있더라도 이 법률을 앞설 수 없다는 뜻과 같다.

엄 변호사는 “상임법에 규정된 법률을 위반한 임대차 계약서는 법률상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다”며 “따라서 권리금을 포기하라는 건물주의 주장은 법률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세입자에게 권리금회수를 위한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건물주가 약정을 근거로 ‘권리금 포기’를 주장한다면 상응하는 금액을 계산해 배상토록 하는 일명 ‘권리금반환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엄 변호사는 조언했다.

아울러 임대차 계약에서 권리금과 더불어 갱신요구권을 포기시키는 사례도 종종 있다.

엄 변호사는 “갱신요구권 역시 상임법에 규정된 세입자를 위한 보호 법률이기 때문에 세입자에게 잘못이 없는 한 건물주가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 사항 중 하나”라며 “만약 건물주가 갱신요구권을 포기시키는 특약을 넣더라도 강행법규를 위반한 사항이기에 약정은 유효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반면 임대차 계약서상에 ‘권리금 포기’ 특약이 유효한 경우도 있다.

상임법 제10조 제1항 제7호 가.에는 ‘임대차계약체결 당시 공사시기 및 소요기간 등을 포함한 철거 또는 재건축 계획을 임차인(세입자)에게 구체적으로 고지 하고 그 계획에 따르는 경우’ 건물주는 세입자의 갱신요구권과 권리금보호 의무를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엄 변호사는 “세입자에게 임대차 계약 당시부터 해당 건물에 대한 재건축 계획을 설명했고 세입자도 동의했음을 증거로 남기기 위해 계약서상 ‘권리금 포기’나 ‘갱신요구권 포기’ 등으로 약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리금 포기’ 특약이 유효한 또 다른 경우는 건물주가 세입자에게 충분한 보상을 했을 때다.

상임법 제10조 제1항 제3호에 명시된 ‘서로 합의하여 임대인(건물주)이 임차인(세입자)에게 상당한 보상을 제공한 경우’ 건물주는 세입자의 권리금보호 의무를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

엄 변호사는 “건물주가 임대차 계약 당시 권리금과 갱신요구권 포기 조건으로 합의금을 주었거나 현저히 낮은 임대료 및 보증금 혜택을 주었고 이를 약정으로 표기했다면 약정은 유효”하다며 “법률규정에 적합한 ‘권리금 포기’나 ‘갱신요구권 포기’ 약정이라면 유효하다”고 귀띔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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