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병에 수액 넣고 주사는 녹슬때까지”…北 의료환경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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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5월 16일 16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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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15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전국에서 총 39만2920여 명의 신규 유열자(발열자)가 새로 발생했으며 8명이 사망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6일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은 15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전국에서 총 39만2920여 명의 신규 유열자(발열자)가 새로 발생했으며 8명이 사망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6일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격히 확산하는 가운데 북한의 의료 역량이 열악한 수준이라는 증언이 나왔다.

15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한국의 코로나19 검사 건수가 1억7200만 건에 달하는 반면 북한의 검사 건수는 6만4000건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면서 한 전문가를 인용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을지 정말로 걱정된다”고 보도했다.

대북인권단체 루멘의 설립자인 백지은 씨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평양에 사는 200만 명의 주민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열악한 의료 환경에 처해있다”며 “북한의 의료 시스템은 오랜 기간 상당히 나쁜 상태”라고 말했다.

백 씨는 탈북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에선 수액을 맥주병에 담아 사용하며 의료용 주사는 녹슬 때까지 재사용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에서 마스크나 소독제와 같은 의료 자원이 얼마나 부족한지 예상해볼 수 있다”고 했다.

2001년과 2002년 방북했던 고(故) 공병우 박사 아들 공영태 공안과 원장은 “병원에 녹슨 주삿바늘이 있고 거즈가 빨갛다. 거즈를 삶아서 재활용하는데 핏물이 빠지지 않아서 그렇다”고 2018년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전했다.

공 원장은 “소독된 병에 보관해야 하는 링거액은 맥주병에 넣어두고 종이로 막아뒀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2011년 탈북한 외과외사 최정훈 씨는 이날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를 통해 “과거보다는 현재 링거통의 모양새가 많이 나아졌지만 그래도 열악한 건 여전하다”고 말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제공한 사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5일 평양의 약국을 방문해 현지 지도하고 있다. 평양=AP/뉴시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제공한 사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5일 평양의 약국을 방문해 현지 지도하고 있다. 평양=AP/뉴시스
최 씨는 북한 매체가 코로나 치료 방법으로 기침이 나면 꿀을, 열나면 버드나무잎을 먹으라고 소개하거나 소금물로 입안을 헹구라고 전한 것에 대해선 “감염됐을 때 치료나 이런 우려적인 부분이 취약하고 열악해서 간접적으로 버드나무잎 같은 걸 추출하면 해열 진통 효과가 있으니까 이런 걸로 주민들이 버티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북한의 상황으로 인해 백신뿐 아니라 각종 약품 및 치료제를 서둘러 지원해야 한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하버드 의대 한국보건정책프로젝트 국장을 맡고 있는 박기범 교수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북한 의료진의 기술은 좋지만 장비와 시설, 약 같은 인프라가 부족하다. 장비도 옛날 것을 계속 쓰고 매스도 한번만 쓰지 않고 계속 쓴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호흡기 같은 것도 넉넉하지 않은 것 같다. 치료에 필요한 재료 등도 다 부족하니까 사망률이 다른 나라보다 높을 수 있다”고 우려하며 “국제 사회에서 빨리 지원해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촉구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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