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軍 진격 막으려 ‘셀프 수몰’한 마을…“우리가 키이우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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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4월 29일 16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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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잠긴 데미디우. 내셔널 지오그래픽 전속 사진작가 ‘데이비드 구텐펠더’ 인스타그램 갈무리
물에 잠긴 데미디우. 내셔널 지오그래픽 전속 사진작가 ‘데이비드 구텐펠더’ 인스타그램 갈무리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한 마을이 댐 수문을 고의로 열어 홍수를 일으킴으로써 러시아군의 진격을 늦추는 데 기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북쪽으로 40㎞가량 떨어진 데미디우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이틀 만인 지난 2월 25일 물에 잠겼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지역 인근 아르핀댐 수문을 열고 일부러 홍수를 내는 작전을 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마을 곳곳에 호수 모양의 물웅덩이가 생겨 러시아군의 전차와 장갑차들이 진입할 수 없었고, 우크라이나군은 키이우를 방어할 충분한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 영토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드미트로강과 지류인 이르핀강으로 둘러싸인 데미디우는 댐 방류로 인해 마을 750가구 중 50가구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설상가상으로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댐이 망가지면서 배수 작업에 차질이 생겨 마을은 두 달째 수해를 복구 중이다.

물에 잠긴 데미디우. 내셔널 지오그래픽 전속 사진작가 ‘데이비드 구텐펠더’ 인스타그램 갈무리
물에 잠긴 데미디우. 내셔널 지오그래픽 전속 사진작가 ‘데이비드 구텐펠더’ 인스타그램 갈무리
주민들은 고무보트를 타고 이동하거나 진창이 된 마당에 나무판자를 얹은 채 집을 드나들고 있다. 집안 곳곳엔 곰팡이가 폈고, 물에 젖은 가구나 수건을 곳곳에 널어놓고 말리면서도 이들은 “댐을 연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우리가 키이우를 구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홍수는 러시아군의 키이우 진입을 저지했을 뿐만 아니라 데미디우 주민도 보호했다고 NYT는 전했다. 당시 러시아군이 호스토멜, 부차, 이르핀 등 다른 외곽지역으로 우회하면서 데미디우에선 전면전이 일어나지 않았고, 대량의 민간인 살상을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데미디우의 홍수는 이례적 사례가 아니다.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군은 전력상 열세를 만회하고 키이우를 향한 러시아군의 진격 속도를 늦추기 위해 다리와 도로 등 자국의 인프라를 일부러 파괴했다. 현재까지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파괴된 교량은 300여 개에 달한다고 올렉산드르 쿠브라코우 인프라장관은 밝혔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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