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사줄게” 했는데…주방세제와 과자2개 고른 남매에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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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1월 13일 14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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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편의점에서 형편이 어려워 보이는 남매가 계산을 머뭇거리자 음식을 한가득 사줬다는 한 남성의 사연이 감동을 주고 있다.

1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편의점 다녀왔는데 눈물이 난다’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작성자 A 씨는 밤 11시경 맥주를 사러 편의점을 찾았다. A 씨는 “계산하려는데 과자 코너에서 5~6세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뛰어오더니 계산대에 과자를 올려놨다”며 “제 앞에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남자아이의 누나 같았다”고 설명했다.

A 씨에 따르면 남자아이가 가져온 과자 바코드를 찍고 금액을 확인하자 누나는 “이건 비싸서 안 돼”라고 말했다. A 씨는 “그 말을 들은 (남자아이는) 쪼르르 뛰어가서는 고민도 없이 부피가 작아 보이는 과자를 집더라”며 “역시나 한도 초과였다. 무얼 사나 힐끔 보니 컵라면 두 개와 소시지, 삼각김밥 하나였다”고 했다.

A 씨는 과거에도 비슷한 상황에 놓인 어린 자매를 도와줬던 것을 회상하며 남매에게 “아저씨 빨리 계산하게 해 주면 너희 먹고 싶은 것 다 사줄게”라고 말했다.

A 씨의 말에 누나는 잠시 주춤하더니 뒤로 물러섰다고 한다. A 씨는 “(내가) 계산을 끝내고 나니 두 아이가 저를 빤히 바라보고 있더라. 남매는 이 추운 날 두꺼운 패딩도 아니고 늦가을에 입을 만한 외투를 입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너희가 양보해줘서 아저씨가 선물하는 거야. 먹고 싶은 것 다 골라서 여기 담아봐. 엄청 많이 골라도 돼”라고 말했다.

남매가 쭈뼛거리며 아무 말도 안 하자 A 씨는 아이들이 사려고 했던 물건들과 컵라면을 바구니에 쏟아 넣었다.

그제야 남매는 물건을 고르기 시작했다. A 씨는 “(남자아이는) 그래 봐야 과자 2개를 골랐다”며 “여자아이는 먹을 것 하나 안 고르고 주방세제를 담더라. 진짜 마음이 찢어지는 듯했다”고 전했다.

이에 A 씨는 바구니를 하나 더 들고는 과자며 라면, 소시지, 빵 등을 골라 담아 계산대에 올렸다. 계산을 끝낸 그는 “걱정 말고 가져가서 맛있게 먹어”라고 말했고 누나는 힘없는 목소리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A 씨는 “편의점 모퉁이 쪽에서 아이들을 슬쩍 보니 봉지를 이리저리 휘저으며 뭐가 있나 보더라. 봉지를 보던 남자아이가 웃는 모습이 지금도 생각난다. 집에 걸어가면서 주룩주룩 울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주방세제라니 너무 일찍 철이 든 것 같아 안쓰럽다”, “아직도 굶는 아이들이 있다니 놀랍다”, “이런 분 덕분에 아직 세상이 살 만한 거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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