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文 고뇌 이해” 尹 “朴 건강회복 우선”…대선판 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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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2월 24일 13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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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오른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서 엄수된 매헌 윤봉길 의사 순국 89주기 추모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오른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서 엄수된 매헌 윤봉길 의사 순국 89주기 추모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내년 3월 대선을 70여 일 앞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 결정이 전격적으로 내려지면서 대선판도 출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박 전 대통령 사면이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민주당 안팎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사면 결단으로 여권 지지층이 이탈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친문(친문재인) 지지층과 호남 등 핵심 지지층이 문재인 정부에 배신감을 느끼며 집단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단 이 후보는 박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문 대통령의 판단과 결정’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모습이다. 그는 24일 “국민통합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고뇌를 이해하고 어려운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오른쪽)와 이낙연 전 대표가 23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오찬회동을 마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오른쪽)와 이낙연 전 대표가 23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오찬회동을 마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러면서 이 후보는 박 전 대통령에게 사죄를 요구했다. 그는 이날 “지금이라도 국정농단의 피해자인 국민에게 박 전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죄가 필요하다. 현실의 법정은 닫혀도 역사의 법정은 계속되는 것을 기억하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이 국민통합 차원에서 사면되기는 했지만 국정농단의 역사적 판단은 존재한다는 점을 밝힌 것으로 여권 지지층의 반발을 무마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환영하면서도 보수 균열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나온다.

특히 윤 후보와 박 전 대통령의 악연이 환기되면서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지지 기반이었던 대구‧경북(TK) 등 전통적 지지층이 이탈할 가능성도 나온다. 윤 후보의 국정농단 수사 경력이 부각되면서 보수층과 TK 지역 민심이 자극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윤 후보는 이날 “늦었지만 환영한다. 건강이 안 좋으시다는 말씀을 많이 들었는데 빨리 건강을 회복하시길 바란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과 관련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과 관련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윤 후보의 당선을 위해 지지 선언 등 힘을 보탤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후보도 박 전 대통령의 복당 등에 대한 입장에서는 “일단 건강 먼저 회복하시는 게 우선 아니겠느냐. 너무 앞서 나가는 것보다”라며 말을 아꼈다.

일각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면 대상에서 제외된 것을 놓고 대선을 앞두고 야권 내부 분열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권성동 당 사무총장은 이날 “두 분 다 전직 대통령이고 고령에 병환 중”이라며 “두 분 다 (사면을) 하려면 같이 해야 하는데 한 분만 한 것은 결국 야권의 분열을 노린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인 술수가 숨어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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