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굶은 가족 위해 빵 훔친 아프간 소년… 탈레반은 기둥에 묶어 처벌

  • 동아닷컴
  • 입력 2021년 9월 30일 10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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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MrDawodZai’ 갈무리
트위터 ‘MrDawodZai’ 갈무리
아프가니스탄의 소년이 굶주린 가족을 위해 빵을 훔치다 탈레반에 붙잡혀 기둥에 묶이는 처벌을 당했다.

27일(현지시간) 더선 등 외신에 따르면 아프간에서 구호 단체 ‘빈 다우드 재단’을 운영하는 다우드 자이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빵집에서 빵을 훔치다 탈레반에 잡힌 두 소년의 사진을 공개했다.

자이에 따르면 10대로 보이는 두 소년 중 한 명은 “우리 가족은 지난 3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허락없이 빵을 가져간 것은 미안하다”며 “하지만 일자리도 없고 음식도 없는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라고 울부짖었다.

그가 공개한 또 다른 사진에는 다른 10대 소년이 탈레반 대원에게 선 채로 매질을 당하고 있다. 그는 “탈레반 테러리스트에게 고문을 당하는 소년”이라며 “육체적 고통은 잊히겠지만 야만적 행위에 의한 심리적 충격은 치료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은행 사무실 밖에서 줄을 서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ATM과 은행 사무실의 50%가 현금 부족으로 문을 닫았다. TASS via (GettyImages)/코리아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은행 사무실 밖에서 줄을 서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ATM과 은행 사무실의 50%가 현금 부족으로 문을 닫았다. TASS via (GettyImages)/코리아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점령하고 영향력을 행사한 지 40일이 지난 아프간은 극심한 식량난과 탈레반의 공포정치에 시달리고 있다.

아프간 재정의 대부분을 담당하던 해외원조가 탈레반 집권 이후 중단돼 공무원들은 지난 7월부터 무급으로 일을 하고 있으며 민간의 일자리도 대부분 사라졌다.

은행들은 줄어드는 외환보유고를 보호하기 위해 인출 한도를 제한했고 은행 밖은 돈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집안의 각종 생활용품을 내다 파는 시장이 생겼지만 정작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한다.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현재 아프간 국민의 93%가 충분한 음식을 먹지 못하고 있으며 1400만 명이 기아 위기에 처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한 빵집 앞에서 여성과 아이들이 나눠주는 빵을 받고 있다. 카불=AP/뉴시스
1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한 빵집 앞에서 여성과 아이들이 나눠주는 빵을 받고 있다. 카불=AP/뉴시스

이런 실정에 아프간 곳곳에서는 절도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탈레반이 이들을 공개 처벌하며 도시 분위기는 더욱 얼어붙고 있다.

과거 탈레반 집권 당시 법무장관을 지낸 물라 누루딘 투라비는 지난 24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사형집행은 물론 절도범의 손발을 절단하는 처벌도 다시 적용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다음 날 탈레반은 아프간 헤라트 중앙 광장에 납치미수범 4명을 사살해 기중기에 매달아 놓았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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