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벨트 안했네?’ 묻더니 오픈카 액셀 밟아…동생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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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9월 24일 14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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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타자마자 단 19초 만에 삶을 잃었다”
‘제주 오픈카 사망사건’ 유족, 운전자 엄벌 촉구

사고 당시 반파된 오픈카 모습. SBS ‘그것이 알고싶다’ 유튜브 캡처
사고 당시 반파된 오픈카 모습. SBS ‘그것이 알고싶다’ 유튜브 캡처
제주에서 만취 상태로 오픈카를 몰다 사고를 내 여자친구를 숨지게 한 이른바 ‘제주 오픈카 사망사건’의 피해자 유족이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했다.

자신을 피해자 A 씨의 친언니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동생의 억울한 죽음을 밝힐 수 있게 제발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해당 청원은 24일 오후 2시 기준 8600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A 씨는 2019년 11월 남자친구인 B 씨와 제주도 여행을 떠났다가 교통사고로 숨졌다. B 씨는 면허 취소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118%의 만취 상태로 오픈카를 몰다 사고를 냈고,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채 옆자리에 타고 있던 A 씨는 차량 밖으로 튕겨 나가 크게 다쳤다. 의식불명 상태로 9개월간 투병하던 A 씨는 결국 지난해 8월 사망했다.

경찰 조사 결과 당시 B 씨는 제한속도가 시속 50㎞인 일반도로에서 불과 11초 만에 시속 114㎞까지 급가속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A 씨가 녹음한 음성 파일에 따르면, 이별 문제로 다투던 B 씨가 사고 직전 A 씨에게 “안전벨트 안 했네?”라고 물은 뒤 액셀을 밟은 것으로 드러났다.

청원인은 “고작 20초도 안 되는 시간에 벌어진 끔찍한 사고였다”며 “차가 출발했던 시작점과 사고 지점은 불과 500m다. 출발 후 몇 초 뒤 경고음이 울렸고, 제 동생은 그렇게 안전벨트를 착용할 여유도 없이 다시 차에 타자마자 단 19초 만에 삶을 잃었다”고 했다.

사고 당시 반파된 오픈카 모습. SBS ‘그것이 알고싶다’ 유튜브 캡처
사고 당시 반파된 오픈카 모습. SBS ‘그것이 알고싶다’ 유튜브 캡처

경찰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등의 혐의로 B 씨를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B 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피해자 A 씨가 B 씨의 이별 요구를 거부하는 내용의 메신저 대화 내역 등에 비춰 볼 때 B 씨가 고의로 A 씨를 사망케 했다고 보고 있다.

청원인은 “(사고가 발생한 지) 2년이 지났고, 동생이 떠난 지도 1년이지만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며 “이제야 3차 공판이 끝났고 곧 4차 공판을 앞두고 있다. 가해자는 여전히 불구속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둘의 대화가 녹취된 음성 파일과 동영상을 찾지 못했다면, 경찰은 단순 음주로 송치했기에 영원히 묻혔을 것이라 생각하니 참 애달픈 마음”이라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젊고 한창인 나이에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겨버린 동생의 억울함을 철저한 조사로, 제 동생의 억울함을 반드시 풀어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며 가해자에 대한 구속수사를 촉구했다.

B 씨는 살인 혐의로 기소돼 제주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B 씨는 음주운전으로 인해 사고가 난 것에 대해선 사과하면서도 고의성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다음 4차 공판은 오는 11월 4일 열린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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