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배우 이정은 “다시 화장실 청소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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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4월 23일 13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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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씨. 하퍼스 바자
이정은 씨. 하퍼스 바자
“옛날처럼 마트 캐셔 일을 다시 할 수도 있고, 화장실 청소도 할 수 있어요. 그때 사람들이 날 보고 웃더라도 ‘난 괜찮아요’라고 자신감을 유지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되어있어요. 이 마음을 항상 갖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해요.”

영화 ‘기생충’으로 주목받은 배우 이정은 씨(51)가 최근 패션지 ‘하퍼스 바자’ 화보 촬영을 마친 뒤 가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23일 하퍼스 바자에 따르면 이 씨는 미국 아카데미상 4관왕(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장편영화상)에 빛나는 영화 ‘기생충’으로 주목받기 전 무명시절에 대해 담담하게 말했다.

이 씨는 “저는 그냥 어떤 이야기 속에 들어가 있는 시간이 가장 행복했다”면서 “당시에 제가 했던 아르바이트들이 매체에 모험담처럼 회자되기도 했지만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부끄럽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는 여전히 ‘나중에 배우로 쓰이지 않으면 뭘 할까’를 생각한다”며 “답은 하나다. 또 무대에 서는 생각하면서 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은 씨. KBS2 예능 ‘대화의 희열2’
이정은 씨. KBS2 예능 ‘대화의 희열2’
이 씨는 2019년 방송한 KBS2 예능 ‘대화의 희열2’에서도 무명시절을 돌아봤었다. 방송에 따르면 이 씨는 초등학생 시절 자신이 읽은 희곡을 듣고 친구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꿈을 키웠다. 이후 고등학교 3학년 때 연극영화과에 진학하겠다고 결심했다.

대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극단에 들어가 소품을 맡았다. 이후 조연출을 거친 뒤 배우로 데뷔했다. 하지만 생활은 쉽지 않았다. 이 씨는 “1년에 20만 원을 벌었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며 “연기도 가르쳐보고, 마트에서도 일 해보고, 간장도 팔아보고, 녹즙도 팔았다”고 말했다.

45세가 돼서야 방송에 데뷔한 이 씨는 40세까지 마트에서 일했다. 하지만 그 시간이 이 씨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이 씨는 “배우들은 하나도 버릴 시간이 없다”며 “노동이 필요한 역할이 있다. 누구보다 몸을 써봤으니 안다.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많이 알게 됐다”고 밝혔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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