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정적’ 나발니, 러시아 귀국…공항서 곧바로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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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월 18일 10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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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야당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오른쪽)와 그의 아내 율리야. 인스타그램 갈무리
러시아 야당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오른쪽)와 그의 아내 율리야. 인스타그램 갈무리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알려진 알렉세이 나발니(44)가 약 5개월 만에 독일에서 러시아로 돌아왔다. 그러나 공항 도착 직후 러시아 교정 당국에게 체포됐다.

17일(현지시간) CNN방송 등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나발니는 이날 저녁 8시 10분경 독일 베를린-러시아 모스크바 노선 항공편을 이용해 부인 율리야와 함께 모스크바 북쪽 외곽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나발니가 탄 여객기는 당초 모스크바 남쪽 외곽 브누코보 국제공항에 착륙할 예정이었으나 착륙 직전 북쪽의 셰레메티예보 공항으로 항로를 바꿨다. 정확한 변경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브누코보 공항에 기자와 지지자들이 결집해 있고 제설차가 고장 나는 등 여러 원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알렉세이 나발니가 17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셰레메티예보 공항에 도착한 후 경찰에 체포되면서 아내 율리야에게 입맞춤하고 있다. AP/뉴시스
알렉세이 나발니가 17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셰레메티예보 공항에 도착한 후 경찰에 체포되면서 아내 율리야에게 입맞춤하고 있다. AP/뉴시스

나발니는 공항 도착 후 입국심사대에서 체포됐다. 현장 영상에는 나발니가 끌려가기 직전 부인 율리야를 끌어안고 키스하는 모습이 담겼다. 연방형집행국은 이날 보도문을 통해 “집행유예 의무를 여러 차례 위반한 혐의로 지난달 29일 수배 대상이 된 나발니를 체포했다”고 확인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나발니는 집행유예 취소 소송이 예정된 이달 말까지 수감될 예정이다.

나발니는 체포 직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난 두렵지 않다. 내가 옳다는 걸 알고 있다. 나에 대한 모든 범죄는 조작됐기 때문에 난 집에 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야권 지도자인 나발니는 지난해 8월 시베리아에서 모스크바로 향하던 비행기 안에서 쓰러져 중태에 빠졌다. 나발니는 시베리아 옴스크의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고 이후 독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그의 몸에서는 구소련이 개발한 신경작용제인 ‘노비촉’ 계열의 독극물이 발견됐다.

알렉세이 나발니가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의 한 병원에서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 (GettyImages)/코리아
알렉세이 나발니가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의 한 병원에서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 (GettyImages)/코리아

베를린에서 재활 치료를 받은 나발니는 의식을 회복한 뒤 러시아 정보기관이 자신을 독살하려 한 것이라 줄곧 주장해왔지만 러시아 정부는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한편 나발니는 지난 2014년 프랑스 화장품 회사 ‘이브 로셰’의 러시아 지사 등으로부터 3100만 루블(약 4억6500만 원)을 횡령해 사기 혐의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연방형집행국은 “나발니가 집행유예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수배 대상자 명단에 올라 있다”면서 “귀국 시 곧바로 체포할 것”이라 예고한 바 있다.

나발니의 집행유예 실형 전환을 위한 재판은 오는 29일로 예정돼있으며 혐의가 인정되면 나발니는 징역 3년6개월에 처해질 가능성이 크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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