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등을 쓴 소설가 조정래 씨(77)가 친일파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것을 두고 조 씨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설전을 벌였다.
진 전 교수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쓸 데 없는 말장난. 현장의 워딩을 보자”면서 12일 조 씨의 ‘등단 5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 발언을 소개했다.
당시 조 씨는 “토착왜구라고 부르는, 일본에 유학을 갔다 오면 무조건 다 친일파가 돼버리는, 민족 반역자가 됩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조 씨는 토착왜구가 문장의 주어라고 주장했다. 조 씨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토착왜구라고 그 대상과 한정하고 제한을 했다”며 “토착왜구라고 하는 주어부를 빼지 않고 그대로 뒀다면 이 문장을 가지고 그렇게 오해할 이유가 없다. 제대로 국어 공부한 사람은 다 알아듣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비판한 진 전 교수를 거명하며 “저를 비난하고 대통령 딸까지 끌어다가 조롱하고 그랬는데 그 사람도 사실 확인 하지 않았다. 저는 지금 그 사람한테 공개적인, 진정 어린 사죄를 요구한다. 만약에 그거 하지 않으면 작가의 명예를 훼손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진 전 교수는 “조정래 씨는 이 문장의 주어가 ‘토착왜구’인데, 언론에서 이를 빼버렸다고 해명한다”며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진 전 교수는 “그의 말대로 ‘토착왜구’가 문장의 주어였다고 하자. 그럼 괴상한 문장이 만들어진다. ‘토착왜구라고 부르는 자들은 일본에 유학을 갔다 오면 무조건 다 친일파가 된다.’ 일본에 가기 전에 이미 토착왜구인데 어떻게 일본에 유학 갔다 와서 다시 친일파가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진 전 교수는 “이게 말이 되려면, 친일파가 일본에 건너가면서 애국자로 거듭났다가 거기서 다시 친일파가 되어 돌아와야 한다”며 “그냥 감정이 격해져서 말실수를 했다고 하면 될 것을..”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아마 이런 얘기를 하려고 했을 것이다. ‘토착왜구라 부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일본 유학파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일본에 유학 갔다가 친일파가 되어 돌아옵니다.’ 문인이라면 문장을 제대로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무조건 다’라는 말이 왜 필요하느냐”며 “그 낱말들이 들어간 이상 문장은 당연히 일본 유학생은 무조건 다 친일파라는 식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근데 그 잘못을 왜 애먼 언론에 뒤집어 씌우느냐”고 지적했다.
아울러 “‘토착왜구’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데에 대한 문제의식은 아예 없어 보인다”며 “그게 과거에 이견을 가진 이들을 ‘빨갱이’라 몰아서 탄압하던 독재정권의 행태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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