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대로 보나” 靑 ‘中 출입국 통계’ 해석 오류·정정 논란

  • 동아닷컴
  • 입력 2020년 2월 28일 13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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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중국발 입국 전면 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한국에서 중국으로 입국하는 ‘중국인 수’를 ‘한국인 수’라고 엉뚱하게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오려는 중국인 보다, 중국으로 향하는 우리 국민의 숫자가 두 배 가까이 더 많은 상황이다”고 했다.

그 근거는 ‘법무부 출입국상황실 통계’라면서 “한국에 입국한 ‘중국인’은 25일 1824명, 26일 1404명인 반면, 중국에 입국하는 ‘한국인’ 숫자는 25일 3337명, 26일 3697명”이라고 밝혔다.

만약 우리 정부가 ‘중국인 입국 금지’를 했다가 중국에서 ‘한국인 입국 금지’라도 한다면 우리가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 대 변인이 중국인 입국금지가 불필요성을 강조하며 제시한 데이터는 법무부 원본 자료와 달랐다.

법무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중국인 출국자 수’가 25일 3337명, 26일 3697명으로 돼 있다. 제목도 명확하게 ‘중국인 출입국자 현황’이라고 적혀있다.

즉, 한국에 머물다가 돌아가는 ‘중국인 수’가 늘어난 것이다. 중국인 출국자 수는 지난주 2000명대 이다가 이번주 3000명대로 늘었다.

그런데 이를 두고 강 대변인은 “중국으로 입국하는 한국인 수”라고 해석한 것이다.

논란이 일자 강 대변인은 28일 다시 메시지를 통해 “오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강 대변인은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중국인보다 중국으로 향하는 우리 국민의 숫자가 두 배 가까이 더 많은 상황’이라는 내용을 ‘출국하는 우리 국민 수는 늘어나고 중국에서 입국하는 중국인 수는 줄어들고 있다’로 정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7일 입국한 중국인은 1093명, 출국한 우리 국민은 1406명”이라고 부연했다.

청와대가 기본적인 통계 자료조차 제대로 해석하지 못해 국민 불안을 가중한다는 비판은 면치 못하게 됐다. 청와대는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가짜뉴스 엄정 대응 방침’까지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스스로 가짜뉴스를 유포한 셈이 됐다.

누리꾼들은 “중국인 입국 금지 여론에 반박하려고 유리한 통계만 찾다보니 ‘보고 싶은 대로 보는’ 실수를 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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