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이번 생은 완전히 망했다… 다시는 외상센터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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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월 21일 10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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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교수. 사진=동아일보
이국종 교수. 사진=동아일보
최근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는 21일 “죽어도 한국에서 다시 (외상센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를 통해 외상센터 운영을 두고 빚어진 병원 쪽과의 갈등, 열악한 응급의료 환경 등에 대해 토로하며 “이제 그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지금 보건복지부부터 아주대병원에 이르기까지 숨 쉬는 것 빼고 다 거짓말이다. 병원이 적자를 감수하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다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지난해 60여억 원의 예산에도 불구하고 간호 인력 증원이 되지않는 등 의료환경이 개선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저하고 같이 비행 나가다가 간호사들이 손가락이 부러져 나가고, 유산하고 그런다. 피눈물이 난다”며 “제가 간호사들한테 ‘1년만 참아라, 6개월만 참아라’ 매일 이러면서 지금까지 끌고왔다”고 했다.

이 교수는 또 “(병원이) 외상센터 지하 2층에 교직원 식당을 밀어 넣겠다고 그랬는데, 경기도의회, 도의원 등 사방을 다니면서 허락해 달라고 하면서 ‘이국종이 밥 먹을 데가 없다. 그러니 외상센터 지하에 교직원 식당을 넣어주면 이국종이 일하다 내려와서 밥 먹고 간다’는 이따위 소리를 한다”며 “이것 뿐만이 아니라 하나부터 열까지 다 그랬다”고 토로했다.

이 교수는 닥터헬기 소음 등 민원과 관련해서도 “20년 가까이 되는 기간 헬기를 타면서 환자와 환자 보호자들이 저한테 컴플레인 한 적도 없었고, 사실 민원 몇 개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랬는데 (병원은) 민원 핑계를 댄다”며 “민원 (들어오면) 설명하면 되는 건데, 민원 조금 들어온 것 가지고 10년 동안 사람을 쥐잡듯이 잡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병원과의 갈등 표출 이후 자신에 관한 소문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총선출마설에 대해 “원내 정치도 못하는데 무슨 (정치를 하겠나)”라며 “(출마 생각) 없다. 제 주제에 뭘 하나”라고 밝혔다.

또 “지금 기자들 사이에서 제가 헬리콥터부터 시작해서 외상센터 지원금을 빼서 다른 병원으로 가기 위해서 다 짜고 하는 거라는 소문이 파다하다더라”며 “저 죽어도 한국에서 다시는 이거(외상센터) 안 할 거다. 저는 그냥 보직 내려놓고 의과대학에서 학생들 가르치는 일반 교수하면 된다”며 이직설을 일축했다.

이 교수는 “저도 이제 모르겠다. 그냥 교수의 삶을 살겠다”며 “이번 생은 완전히 망했다”며 허탈한 심경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의 바람을 묻는 질문에도 “바라는 게 뭐가 있겠나”라며 “우리가 얼마나 당하고 있었는지 정말 모르실 거다. 우리 직원들도 헬기라면 치를 떤다. 병원에서 얼마나 힘들게 했는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죽어도 아주대에서 헬기 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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