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택한 노회찬, 고교시절 민주화운동 시작 ‘진보계 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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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7월 23일 11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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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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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정치계의 거물’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62)가 23일 오전 숨진 채 발견됐다.

부산 출신인 노 원내대표는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운동권 1세대’로 불린다. 1973년 경기고등학교 1학년 재학 중 박정희 당시 대통령의 유신독재에 반대하는 유인물을 제작하고 배포하면서 민주화운동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1974년에는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수배됐다.

그는 이후 노동운동을 하기 위해 서울청소년직업학교에 입학해 용접기술을 배웠고,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던 날 전기용접기능사 2급 자격을 취득해 한 동안 용접공 생활을 했다.

1980년대 시위를 조직하고 노조를 결성한 혐의 등으로 오랫동안 수배자 신분으로 경찰당국의 ‘요주의 인물’로 이름을 올렸다. 1982년에는 각종 시위를 주도·불온문서를 배포했다는 혐의로 수배 생활을 했다.

노 원내대표는 1987년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 창립을 주도했다. 그는 인민노련 중앙위원, 격주간 ‘사회주의자’ 편집위원으로 인민노련 활동을 주도하던 중 1989년 체포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 6월을 선고 받고 1992년 만기 출소했다.

이후 ‘매일노동뉴스’ 발행인(1992년), 한국노동정책정보센터 대표(1993년),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이사(1995년) 등을 지내며 노동 문제에 힘을 쏟았다.

노 원내대표는 그러다 2000년 ‘제도권 민중정당’을 표방한 민주노동당의 창당 멤버로 정치권에 입문한 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민노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국회의원 시절이던 2005년 8월 ‘삼성 떡값 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해 명예훼손 및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피소되기도 했다.

그는 2008년 민노당을 탈당한 뒤 진보신당을 창당해 상임 공동대표를 지냈다. 같은 해 18대 총선에서 진보신당 후보로 서울 노원 병 지역구에 출마했으나 한나라당의 홍정욱 후보에게 패배했다.

노 원내대표는 2012년 19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구병으로 다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으나 9개월 만에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다. 2013년 대법원은 ‘삼성 떡값 검사’ 실명을 공개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노회찬 공동대표에 대해 징역 4월(집행유예 1년)과 자격정지 1년 형을 확정했다.

이후 2016년 정의당 원내대표를 맡은 노 원내대표는 2016년 20대 총선에서 경남 창원시성산구에 출마해 3선에 성공했다.

노 원내대표는 각종 토론 프로그램과 소셜미디어 활동 등을 통해 ‘촌철살인’의 언변으로 ‘비유의 달인’, ‘노르가즘’이라 불리며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지난달 말에는 보건복지부 장관 출신인 유시민 작가의 뒤를 이어 JTBC ‘썰전’에 진보 패널로 합류해 주목받았다.

하지만 그는 ‘썰전’ 방송 1회 만에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49·수감 중)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게 됐다.

드루킹 일당을 수사하는 허익범(59·사법연수원 13기) 특별검사팀에 따르면, 드루킹의 핵심 측근인 도모 변호사(61)는 2016년 총선 직전 드루킹 등과 공모해 경공모가 자신의 경기고 동창인 노 원내대표에게 정치자금 불법 정치자금 4600여만 원을 전달하고 이를 은폐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드루킹 측으로부터 어떠한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받은 적이 없다며 특검 수사에 당당하게 응하겠다고 밝혔던 노 원내대표는 23일 돌연 유서를 남기고 투신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38분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 현관 쪽에 노 원내대표가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경비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해당 아파트 17∼18층 계단에서 노 원내대표의 외투를 발견했고, 외투 안에서 신분증이 든 지갑과 정의당 명함, 유서로 추정되는 글을 찾아냈다.

유서에는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금전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청탁과는 관련이 없다.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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