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g] 트렌비 박경훈 대표 "명품, 잘 사시나요?"

  • 동아닷컴
  • 입력 2020년 4월 1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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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 샤넬, 루이비통, 프라다, 에르메스. 흔히 명품이라고 불리는, 고가의 패션 브랜드다. 소위 잘사는(?) 부유층의 전유물이라 생각하지 쉽지만, 명품 소비 시장이 바뀌었다. 2019년 11월, 롯데멤버스가 공개한 '트렌드 Y 리포트'에 따르면, 20대 명품 소비는 2년새 7배 이상 늘었고, 연령대별 비중은 5.4%(2017년 2분기)에서 11.8%(2019년 2분기)로 늘었다.

1990년대생을 중심으로 정착한, 이른바 '플렉스(FLEX)' 문화에 따른 결과다. 플렉스란, '구부리다', '근육에 힘을 주다'라는 뜻으로, 힙합 문화에서 래퍼들이 부나 귀중품을 뽐내는 모습에서 유래했다. 아직 명품시장 주 고객층은 여전히 3040세대지만,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20대 구매자를 최근 유통사와 명품 브랜드들이 주목하는 이유다. 20대 명품 매출 증가세는 신세계백화점(26.9%, 2019년 1월~11월), 현대백화점(29.1%, 2019년 1월~10월) 등에서도 비슷했다.

출처: 롯데멤버스
출처: 롯데멤버스

20대는 '실속 있는' 명품 소비를 지향한다. 20대는 명품 구매시 중시하는 것으로 '실용성(32.8%·복수응답)'을 '디자인(63.3%)'에 이어 2순위로 꼽았고, '브랜드 이름(26.2%)'은 4순위에 그쳤다. '브랜드 이름'이 30대와 40대에선 각 2·3위로 꼽힌 것과 대조된다. 반지갑(34.2%), 카드지갑(25.1%), 운동화(23.1%) 등 가격대가 비교적 낮거나 일상 활용도가 높은 품목에 대한 선호가 높다.

스타트업 트렌비는 명품을 판매한다. 재미있는 것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전세계 최저가를 찾아준다. 마치 최저가 항공권을 찾아주는 스카이스캐너와 같다. 2016년 여름, 옥스포드의 한인 유학생들이 모여 유럽과 한국 시장 양쪽을 연결하는 기회를 모색하며 시작했다. 이후 국내 명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점에 주목해 2017년 2월 법인을 설립, 2019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한국 법인의 주요 인력을 채용하기 시작하며 급속도로 성장했다.

이에 IT동아는 트렌비를 창업한 박경훈 대표와 영국에 있던 트렌비를 먼저 찾아내 파트너로서 투자한 뮤렉스파트너스의 이범석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트렌비 박경훈 대표(좌)와 뮤렉스파트너스 이범석 대표(우)  (출처=IT동아)
트렌비 박경훈 대표(좌)와 뮤렉스파트너스 이범석 대표(우) (출처=IT동아)

전세계 최저가 명품을 찾아, 안전하게 배송해드립니다

IT동아: 트렌비는 어떤 회사이고, 무슨 서비스인지 설명을 부탁한다.

박경훈 대표(이하 박 대표): 전세계 최저가 명품을 찾아주는 서비스다(웃음). 명품의 경우, 나라마다 유행하는 브랜드가 다르고, 품목이 다르며, 가격도 차이난다. 구찌를 예로 들어보자. 구찌가 한국에 판매하는 품목은 500개 정도지만, 전세계에서 판매하는 품목은 5,000개 이상이다. 4,500개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면?

여기 200만원짜리 구찌 가방이 하나 있다고 생각하다. 어디까지나 예시다(웃음). 한국에서 200만원에 판매되는 가방이 영국에서는 150만원에 판매된다. 미국에서는 175만원에 판매될 수도 있고. 같은 가방이지만, 판매 지역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유통 과정에서 붙는 마진에 따라 다르고, 해당 지역의 인건비, 매장 임대료 등 가격이 다른 이유는 여러가지다. 아, 해당 지역에서 그 가방을 세일하는 기간일 수도 있다.

같은 제품이지만 나라별로 천차만별인 가격, 출처: 트렌비
같은 제품이지만 나라별로 천차만별인 가격, 출처: 트렌비

수많은 이유과 조건에 따라 같은 같은 제품이지만 가격이 다르다. 특정 지역에서만 판매하는 제품도 있고. 트렌비는 전세계에 숨어있는 명품을 찾아 제공하는 서비스다.

IT동아: 그… 맞다. 언제 어느 지역에서 사느냐에 따라 제품 가격은 다르기 마련이다. 특히, 명품의 경우에는 가격 차이가 시기, 지역에 따라 많이 다르다.

박 대표: 세계 각국에 있는 명품 가격비교를 투명하게 제공하고 있다. 100% 정품 인증과 안전한 배송도 책임진다. 여타 명품구매 서비스들은 오픈마켓 형태로 운영하거나 중고상품을 취급하는데, 우리는 모든 상품이 신제품이다. 판매하는 모든 제품은 런던, 파리 등의 명품 브랜드 오프라인 매장이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상품소싱, 큐레이션, 정품검수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영국과 독일, 미국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트렌비는 구찌, 루이비통, 입생로랑, 프라다, 샤넬, 에르메스, 몽클레어, 막스마라, 버버리, 산드로, 고야드, 셀린느 등 5,000여 브랜드의 150만개 이상 제품을 확보하고 있다. 매일 전세계 주요 브랜드 세일 정보를 확인하는 '세일스캐너' 메뉴를 통해 최대 90% 이상의 할인 정보도 가장 빠르게 전달하고 있다.

2019년 실적분석 결과 총 거래액은 451억원이었다. 창립 첫 해인 2017년에는 91억인데, 5배 정도 성장했다(웃음). 누적 거래액은 700억원을 돌파했고, 월간 순 이용자(MAU)는 2017년 32만명에서 2019년 12월 기준 195만명으로 6배 증가했다. 올해 1월 한 달 동안 거래액은 70억원, MAU 250만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열심히 트렌비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는 박경훈 대표 (출처=IT동아)
열심히 트렌비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는 박경훈 대표 (출처=IT동아)
200만 이상의 판매처를 검색하는 인공지능 검색엔진 '트렌봇'

IT동아: 최저가 항공권을 찾아주는 스카이스캐너가 떠오른다.

박 대표: 맞다. 그렇게 설명할 수 있다. 우리도 트렌비 회사소개 페이지에 스카이스캐너를 인용해 설명하고 있다(웃음). 전세계 명품의 온라인 재고와 세일 정보, 아울렛 및 특가 오프라인 상품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인공지능 검색엔진 '트렌봇'을 자체 개발했다.

트렌봇은 하루 3번 세일 가격을 수집하며, 그 중 가장 저렴한 가격을 분석하고, 사이즈와 옵션, 복잡한 환율 계산 등을 자동 분류한다. 이를 활용하면, 해외직구할 때 겪는 번거로움 없이 원스톱으로 구매할 수 있다. 어디까지나 트렌비의 최우선 철학은 고객만족이다. 구매과정부터 전문 감정팀이 꼼꼼하게 검수하고, 사진 확인 등을 거치고 있으며 패킹팀의 포장, 해외배송, 통관과정까지 한 번에 책임진다.

출처: 트렌비 홈페이지
출처: 트렌비 홈페이지

이러한 사용자 편의성을 구현하기 위해 두가지 사업 모델을 결합했다. 먼저 항공, 여행, 패션 등 가격과 정보 편차가 심하고 상품을 찾는 시간이 긴 고관여 상품군의 구매 플랫폼에 자주 사용되던 '메타서치 모델'이다. 그리고 온라인에서 정보를 찾거나 구매하기 어려운 오프라인 맛집, 식료품 등을 디지털 정보로 변환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O2O 모델'이다. 메타서치와 O2O를 결합해 소비자가 겪을 수 있는 명품 구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쉽게 말해, 누구는 싸게 사고, 누구는 비싸게 사는, 그런 문제점을 막고 싶다. 같은 정품이고, 같은 상품 아닌가. 인터넷으로 편하고 합리적으로 명품을 소비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출처: 트렌비 홈페이지
출처: 트렌비 홈페이지

IT동아: 정말 트렌비가 가장 싼 것인가.

박 대표: 하하.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우리는 1,200만 개의 홈페이지를 매일 접속한다.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직접 해외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가격을 비교해봐도 좋을 것이다. 참고로 해외 홈페이지에서 제품을 구매하면, 관부가세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즉, 세금과 배송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직접 구매할 경우, 한국에서 직접 구매하는 비용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트렌비는 해외 법인과 함께 유통망과 파트너십을 직접 구축했다. 단순히 전세계 정보를 검색만 해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오프라인으로 구축한 네트워크도 가격 차이를 가져온다. 기술에 더한, 경험이 우리의 자산이고 경쟁력이다.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트렌비 박경훈 대표와 이를 지켜보는 뮤렉스파트너스 이범석 대표  (출처=IT동아)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트렌비 박경훈 대표와 이를 지켜보는 뮤렉스파트너스 이범석 대표 (출처=IT동아)

검색하는 정보도 머신러닝을 더해 고도화하고 있다. 사용자마다, 개인마다 다른 취향을 분석하고 어떤 제품을 주로 보는지, 주로 보는 제품의 브랜드는 무엇인지, 가방을 본다면 어떤 디자인을 선호하는지 등을 파악해 개인별 맞춤 추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영국 유학생이 바라본 명품, 이걸 왜 사지?

IT동아: 궁금하다. 원래 무슨 일을 했었나.

박 대표: 개발자였다(웃음). 2002년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게임 회사에 취직했다. 당시 직접 개발했던 코딩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좋은 평가를 받았었다. 수능 보고 난 뒤 작성한 포트폴리오를 들고 지원했는데, 합격해 얼떨떨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시작했다. 프로그래밍 관련 책도 10여권 냈고(번역 포함), 국내 최대 닷넷 개발자 커뮤니티 '훈스닷넷' 대표를 맡기도 했다.

2009년 영국에 갔다.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를 좀더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런데, 2009년이다. 아이폰과 함께 앱스토어가 전세계에서 주목받던 시기 아닌가. 1인 개발자를 위한 길이 열리면서 가지고 있던 아이디어를 앱으로 하나씩 구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스타트업의 길을 걸은 셈이다. 당시 썼던 사업계획서만 15개 정도였다(웃음). 결국 2012년 영국에서 옥스포드 소프트웨어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IT동아: 그러다가 트렌비를 창업했고?

박 대표: 트렌비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린 것은 2016년이다. 영국 런던에 '비스터빌리지'라는 아울렛이 있는데, 전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가끔 지나가다 보면, 중국인들이 관광버스에서 캐리어를 들고 내린 뒤, 비스터빌리지를 방문한다. 궁금했다. 저 곳에서 대체 뭐를 팔길래, 캐리어를 들고 버스를 동원해 방문해 구매하는지.

런던 비스터빌리지의 모습, 출처: 비스터빌리지 홈페이지
런던 비스터빌리지의 모습, 출처: 비스터빌리지 홈페이지

비스터빌리지를 다녀온 뒤에 머리 속은 더 어지러웠다. 아무리 돌아다녀봐도 내 입장에서는 살게 없더라(웃음). 유학생이 보는 시선으로는 '뭐 이렇게 비싸?'라고만 생각했다. 당시에는 명품 가격이 나라마다, 지역마다 차이가 난다는 것을 몰랐다. 그래도 이렇게 많은 관광객이 방문할 정도라면 뭔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만들었다. 해외직구 홈페이지를.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자 한국에서 엄청나게 트래픽이 몰려왔다. 그때부터 이유를 분석하고, 원인을 분석했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명품 제품 크롤링을 해본 결과, 명품 가격 차이를 알게 됐다. '이거다!' 싶었다. 소위 말해 필이 꽂혔다. 그렇게 트렌비를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다.

IT동아: 명품, 확실히 정품 인증이 중요할텐데.

박 대표: 맞다. 중요하다. 전세계 A/S를 받을 수 있는 월드워런티 적용 제품도 있지만,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에 트렌비가 책임지고 있다. 백화점과 같은 서비스다. 장인이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이 A/S를 책임진다. 가끔 중고나라와 같은 중고 거래처에서 명품을 판매하며 '트렌비에서 샀다'는 것을 인증하는 글을 본다. 즉, 트렌비 구매 자체로 정품을 인증하는 셈이다. 그만큼 노력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네이버에서 검색할 수 있는 중고나라 카페의 트렌비 관련 글 (발췌=네이버)
네이버에서 검색할 수 있는 중고나라 카페의 트렌비 관련 글 (발췌=네이버)
IT동아: 사용자,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를 지향한다고.

박 대표: 정보 차이로 발생하는 손해를 없애고자 한다. 명품 트렌드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콘텐츠도 운영하고 있고, 인기 셀러, 핫 아이템 리뷰, 주목받고 있는 브랜드 추천, 전세계 명품 이벤트 소식 등을 전달하고 있다. 처음 명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에게도 필요한 정보를 전달해 격차를 줄이고자 한다.

고객 서비스도 시행 중이다. 회원등급제와 함께 적립금 제도인 B머니를 적용했다. B머니는 실 결제금액 기준으로 회원등급에 따라 1~2%를 적립해 돌려드린다. 매달 '이달의 브랜드'를 선정해 할인쿠폰도 지급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초특가, 레어아이템을 선보이는 블랙딜 등 다양한 이벤트도 상시 운영 중이다.

트렌비 주 고객층은 자신의 스타일과 패션 주관이 뚜렷하고, IT에 익숙한 25세에서 45세 사이 성인이다. 이중 여성이 약 60%, 남성이 30% 정도다. 자주 찾아주는 타겟에 맞춰 서비스를 개발하고, 고도화해나갈 예정이다.

IT동아: 직원이 많이 늘었을 것 같다.

박 대표: 시작은 혼자였다. 2년이 지난 지금… 110명 정도가 함께하고 있다. 사업 시작과 함께 주문량이 빠르게 늘어났고, 직원 역시 급격하게 늘었다. 지금도 계속 늘려가면서 확장하는 중이다. 영국에서 시작했지만, 영국 법인은 이제 자회사로 바뀌었고, 본사는 한국이다. 영국과 독일, 미국 법인에도 직원들이 있고… 혼자 하다가 4명으로 늘었던 때가 2016년 9월인데… 참 빠른 것 같다.

트렌비 박경훈 대표
트렌비 박경훈 대표

트렌비를 끌어낸 파트너, 뮤렉스파트너스 이범석 대표

IT동아: 두 분의 만남이 궁금하다. 사실 스타트업 인터뷰에 투자자가 직접 참여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아무래도 누구 한 명에게는 껄끄러운 관계일 수밖에 없는데. 트렌비는 뮤렉스파트너스, IMM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 등으로부터 70억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궁금하다. 이범석 대표는 왜 트렌비에 투자한 것인지.

이범석 대표(이하 이 대표): 명품 소비 시장의 변화가 눈에 띄었고, 그런 와중에 트렌비를 만났기 때문이다. 사실 명품 시장의 변화는 2010년 초반부터 점차 진행 중이었다. 대부분의 소비/유통 시장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커머스로의 변화를 강요받았고, 변화했다. 소비자의 편의성을 위한 변화는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었다.

하지만, 명품 시장은 그대로다. 지금도 일부 변화하긴 했지만, 여전히 명품 소비 시장은 과거의 모습에서 크게 바뀌지 않았다. 2010년에 몇 번 변화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결국 흐름이다. 과거에는 30~40대가 가방을 주로 구매했지만, 지금은 20~30대가 지갑을 구매한다. 소비 트렌드의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명품 소비의 온라인화를 예측했다. 그렇게 찾은 것이 트렌비였다.

IT동아: 직접 연락한 것인가. 영국에 있는 박 대표에게.

이 대표: 페이스북 메신저로 연락했다(웃음). 친구 추가부터 하고.

(박경훈 대표가 대화에 끼었다.)

뮤렉스파트너스 이범석 대표 (출처=IT동아)
뮤렉스파트너스 이범석 대표 (출처=IT동아)

박 대표: 사실 이범석 대표가 친구 추가했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확인하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미 유튜브 방송에서 봤던 투자자였기 때문이다. '제발 이 분이 우리에게 관심이 있었으면 좋겠다', '투자 관련해 질문이 왔으면 좋겠다' 이런 심정이었다. 그리고 얼마 시간이 지난 뒤, '우리에게 관심 있다'는 말을 들었다. 당시 영국에서 어떻게 투자를 받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시기였는데, 한국에서 이런 연락을 받을 줄 몰라 두근거렸던 기억이 난다.

이 대표: 컨퍼런스 콜로 박 대표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저 단순한 명품 중개 업체라고 생각했는데, 인공지능을 비롯해 크롤링, 검색 등 여러 기술을 도입해 적용, 사용하고 있다는 것에 놀랬다. 2018년 11월 컨콜하고, 20191년 1월 한국에서 바로 만났다.

지표를 보고 난 뒤, 투자를 결정했다. 대부분 명품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보따리상인처럼 명품을 구매해 한국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해외 유학 경험자가 참 많다. 그런데, 박 대표는 명품을 몰랐다. 그저 기술로 시장에 접근해 풀고 있었다. 그래서 더 믿음이 갔던 기억이 난다.

IT동아: 투자자 입장에서 트렌비의 경쟁력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듣고 싶다.

이 대표: 많은 스타트업이 자사의 사업은 남들이 따라하기 어렵다고 말하지만, 그 중에 옥석을 가리는 것이 투자자다(웃음). 트렌비는 꽤 독특한 포지션이다. 기존 패션 (명품) 업체는 트렌비의 모델을 따라하기 어렵다. 스스로 자사의 사업 모델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를 파트너라고 소개하는 박경훈 대표와 이범석 대표 (출처=IT동아)
서로를 파트너라고 소개하는 박경훈 대표와 이범석 대표 (출처=IT동아)
그리고, 패션 업계에는 엔지니어가 없다. SI 엔지니어, 그러니까 시스템이나 서버를 유지 관리하는 엔지니어는 있지만, 새로운 기술을 직접 개발하고 적용하는 엔지니어는 거의 없다. 대부분 디자이너가 창작의 역할을 담당한다. 때문에 의외로 진입장벽이 높다. 마지막으로 트렌비에는 지난 3년간의 데이터가 있다. 직접 오프라인에서 뛰고 있는 경험도 있고. 기술과 경험은 쉽게 좁혀지지 않는 격차다.

창업자와 투자자이지만, 서로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배울 것은 배우고, 부족한 것은 채워가고 있다. 2019년 연 거래액 451억 원, 누적 거래액 700억 원. 쉽지 않은 성과다. 앞으로도 트렌비의 도전에 많은 응원과 관심을 부탁드린다.

동아닷컴 IT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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