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아베와 통화 후 FDA에 미검증 日약물 허가 압박”

  • 뉴시스
  • 입력 2020년 4월 1일 12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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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후지필름 개발 '아비간'…임상단계
韓은 미효능·부작용에 사용 거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미검증 일본 약물에 대한 긴급 승인을 압박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31일(현지시간) 단독 입수한 내부 문건을 토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통화한 이후 백악관 참모들이 검증되지 않은 일본 약물을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하라고 미 식품의약국(FDA)을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이 약물은 일본 후지필름 자회사인 후지필름도야마화학이 개발 중인 항인플루엔자바이러스 치료제 ‘아비간(Avigan)’으로, 현재 일본에서 임상 3단계 시험을 진행 중이다.

아베 총리는 아비간이 코로나19 치료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중국 일부 과학자들도 이 약이 잠재적인 코로나19 치료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국제적인 규제당국과 미국 연구진은 이 약물의 결함 등 위험성에 대해 경고해 왔다고 매체는 전했다. 한국 역시 이 약물이 코로나19 치료 효능이 없고 사망 등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돼 사용을 거부한 바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는 아비간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 사용 승인할 것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미국 정부가 일본의 아비간 기부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아베 총리가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 같은 구상을 밝히면서 미 행정부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후지필름과 FDA, 미 보건복지부(HHS)는 최근 몇 주 간 미국에서 아비간을 임상시험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고, 후지필름은 이 연구를 위한 미 정부 기금을 찾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며 “일부 NSC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치료제를 찾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규제를 피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을 돕기로 한 것으로 보이고, 나머지는 중간에 낀 느낌”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아비간에 대해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NSC와 FDA, HHS는 폴리티코의 사실 확인 요청에 즉답을 피했다.

FDA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해 미 정부와 학계, 규제업계 등의 파트너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했고, HHS는 “결정 전 활동에 대해선 밝힐 수 없다”고 했다. NSC는 아예 답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검증 약에 대한 긴급 사용 허가를 압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코로나19 치료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과 황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대해 긴급 사용을 압박했고, 이후 FDA는 결국 긴급 승인을 내줬다.

그러나 미국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에 참여 중인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클로로퀸에 대해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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