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이 어딘지 모르겠다”…국제유가 급락에 정유사 ‘풍전등화’

  • 뉴스1
  • 입력 2020년 3월 31일 10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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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가 리터당, 1,418원, 경유가 리터당 1,238원에 판매되고 있다. © News1
29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가 리터당, 1,418원, 경유가 리터당 1,238원에 판매되고 있다. © News1
코로나19와 공급 전쟁이 맞물리면서 국제유가가 2개월 만에 3분의 1 가까이 낮아지는 등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유가 하락 추세는 앞으로 지속될 전망이어서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 악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유(WTI) 5월물은 이날 오후 한때 배럴당 19.92달러를 기록하며 전날보다 6% 폭락했다.

올해 초 WTI 가격이 배럴당 60달러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3분의 1 수준이 된 것이다. WTI 가격이 배럴당 20달러 밑으로 떨어진 건 2002년 이후 18년 만이다. 이날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5월물도 한때 23.03달러에 거래되면서 1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유가 수요가 급감한데 따른 현상이다. OPEC(석유수출국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1일 석유 소비량은 1억배럴이었지만 현재 소비량은 70% 수준이다. 에너지 컨설팅 기업 팩츠글로벌에너지(FGE)는 “세계 석유 수요는 기존의 4분의 1 수준으로 유례없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여기에 원유 공급이 확대되는 점도 맞물렸다. 세계 2위, 3위 산유국인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는 공급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감산 계획을 거부하고 있다. 기존 감산 합의의 만료 시한이 이달 말로 눈앞에 다가왔지만, 아직 원유 수급 관련 협상은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례를 찾기 힘든 수요 감소와 공급 증가가 맞물리면서 원유 저장고가 꽉 찬 일부 지역에선 유가가 비상식적으로 낮게 거래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지난 28일 미국 와이오밍산 원유는 배럴당 -19센트를 기록해, 돈을 받고 원유를 사가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다.

원유가 소비되지 않고 저장고에 쌓이는 상황이 계속되며 저장 비용만 늘어나자, 돈을 주고서라도 원유를 가져가라고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같은 이유로 지난 27일 캐나다의 서부캐나디언셀렉트는 배럴당 5.03달러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런 유가 하락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한 달 더 연장했다. 그만큼 경제 활동은 저조해지고 원유 수요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개리 로스 블랙골드인베스트먼트 CIO는 “며칠 안에 WTI와 브렌트유가 배럴당 10달러대에서 거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3분의 1 수준이 된 국제유가는 국내 정유사에도 좋은 소식은 아니다. 정유사는 수입한 원유를 정제해 판매하는 과정까지 2~3개월이 걸리는데, 단기간에 유가가 급락하면 과거에 비싸게 산 원유 비축분의 가치가 떨어지는 ‘재고평가 손실’을 보게 된다. 업계는 올해 1분기 정유 4사의 영업손실이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여기에 최근 마이너스(-)를 기록한 정제마진과 고부가가치 저유황유 가격까지 하락하면서 실적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막대한 손실이 예상되지만 더 무서운 건 바닥이 어디인지 모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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