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中 앞에선 왜 작아질까[동아광장/최종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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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세계 12위 ‘강대국’ 대한민국
주변국 외교선 저자세, 납득 안 돼
北-中엔 답답한 대응… 美-日엔 과민
국가의 자존심은 스스로 세워야

최종찬 객원논설위원·전 건설교통부 장관
최종찬 객원논설위원·전 건설교통부 장관
많은 사람이 한국을 아직도 개발도상국으로 생각하는데 우리나라는 인구나 경제력 등 각종 지표로 볼 때 강대국에 속한다. 우리나라는 경제력이 큰 나라의 모임인 G20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멤버다. 국가 전체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2위(2018년 기준)이고 전 세계에서 7개 국가밖에 없는 1인당 GDP 3만 달러(약 3700만 원)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국가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은 올라갔는데 최근 외교, 안보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면 국가 체면을 손상시키는 경우가 한둘이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북한, 중국에 대한 저자세다.

최근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우리 정부는 유감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2인자 격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명의로 대남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저급한 청와대, 세 살 아이, 겁먹은 개, 적반하장의 극치” 등 원색적인 용어로 조롱했다. 북한의 무례한 말은 처음이 아니다.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일” 또는 “너의 일이나 잘해라. 오지랖 넓은 짓 필요 없다”는 식의 막말을 남발했다. 그동안 각종 남북회담 일정도 자기 멋대로 하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 등 남한의 각종 회담 제의에 대해서 아무런 대답도 없다가 어느 날 느닷없이 회담을 받아들이고, 일방적으로 일정을 변경하거나 취소한다. 미국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금강산 개별 관광을 추진하고 이번에도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염을 걱정해 보건협력을 제안했는데 돌아오는 것은 “저급한 청와대 운운”이다. 한마디로 북한은 우리 정부를 하급자 대하듯 다루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고분고분 수용하고 있다. 그동안 북한의 오만한 버릇을 시정하려는 노력은 없고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친서 한 장이 오자 감지덕지하는 모습이다.

북한의 GDP는 우리의 1∼2%밖에 안 되고 경제적으로도 우리가 북한을 지원하고 있는데 왜 그렇게 굽실대는가? 중국에 대한 저자세도 문제다. 북한의 호전적 위협에 대비하여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했는데 중국은 경제 제재를 통해 우리를 부당하게 위협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여당 의원과 좌파 인사들은 중국보다는 오히려 미국과 우리 정부를 비판하는 등 중국의 비위를 맞췄다. “추후 사드를 배치하지 않는다. 한미일 군사 동맹에 참여하지 않는다” 등의 소위 사드 ‘3불(不) 원칙’을 약속함으로써 우리 안보의 핵심적인 내용에 대해 스스로 무장 해제를 했다. 유사시 중국이 우리의 안보를 책임지나? 그동안 중국 어선의 서해 불법 어로에 대한 대처도 미온적이었다. 금번 코로나19 사태에 대해서도 초기에 중국 여행객 제한 등 단호한 조치를 취하지 못해 바이러스 확산이 커졌다. 반면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큰 약소국 대만, 베트남, 몽골 등은 초기에 봉쇄 조치로 전염을 막았다. 최근에는 오히려 중국이 한국인 입국을 규제하는 등 적반하장의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주한 중국대사가 북한에 비해 격이 낮은 국장급이란 것도 중국의 한국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에 일본과 미국에 대해서는 과민할 정도로 반응한다. 최근 중국의 한국인에 대한 과도한 격리 조치 등에 대해서는 제대로 항의 못 하면서 일본 정부의 코로나 관련 입국 제한에 대해서는 즉각 대응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금강산 개별 관광 추진에 대해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했다. 일본, 미국에는 할 말 하면서 북한, 중국에는 왜 그렇게 못 하는가?

국제관계에서 경제적 실리를 고려해 강력 대응을 자제해야 할 경우가 있다. 그러나 부당한 처사를 계속 수용하면 결국은 무시당한다. 일시적으로 어려움이 있더라도 싸울 것은 싸워야 한다.

베트남은 국력이 우리보다 약함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부당한 일에 강력히 저항한다. 전쟁도 했다. 따라서 중국도 베트남은 힘으로 위협해서 되는 나라가 아니라고 생각해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수년 전 싱가포르에서 미국 소년이 경미한 법을 위반하여 곤장형을 받게 되었다. 어린이에게 곤장형이 무리라고 당시 미국 대통령이 선처를 요구하는 편지를 보냈으나 싱가포르 정부는 법대로 집행했다. 지난해 6월 일본 G20 정상회의 기간 중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5분 늦었다고 양자 회담을 취소했다. 북한, 중국에 대한 저자세는 대한민국 국민을 초라하게 하고 있다. 국가의 자존심은 우리 스스로 지켜야 한다.
 
최종찬 객원논설위원·전 건설교통부 장관
#gdp#국제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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