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초중고 사상 첫 일괄휴업… “대구지역 2주간 외출자제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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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비상]
정부, 위기경보 ‘심각’ 격상

文대통령 “신천지 집단 감염뒤 상황 달라져”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범정부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금부터 며칠이 중요한 고비”라고 강조했다. 이날 정부는 코로나19 감염병 위기 경보를 ‘경계’에서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시켰다. 심각 단계 격상은 2009년 11월 신종인플루엔자 확산 이후 11년 만이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文대통령 “신천지 집단 감염뒤 상황 달라져”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범정부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금부터 며칠이 중요한 고비”라고 강조했다. 이날 정부는 코로나19 감염병 위기 경보를 ‘경계’에서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시켰다. 심각 단계 격상은 2009년 11월 신종인플루엔자 확산 이후 11년 만이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감염병 위기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하면서 동시에 전국 학교의 개학 연기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전국 2만528개 유치원과 초중고교 및 특수학교의 개학일이 3월 2일에서 9일로 변경됐다. 전국 모든 학교의 개학이 일괄 연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교사 및 학생 환자가 속속 나타나면서 사상 초유의 조치가 내려진 것이다. 개학 연기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으면 더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 최초의 전국 학교 개학 연기


정부 결정에 따라 학생들의 개학은 3월 9일로 늦춰진다. 다만 교사들은 2일부터 정상 출근한다. 학교가 문을 닫는 ‘휴교’가 아니라 ‘휴업’이기 때문이다.

개학이 미뤄지는 기간에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돌봄교실은 정상적으로 운영된다. 교육부는 긴급 돌봄 신청을 받기로 했다. 일선 학교를 통해 이번 주 아이들을 돌봄교실에 맡길 학부모 수요를 파악한다. 기존 돌봄 대상이 아니더라도 신청할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신청을 받아봐야겠지만 코로나19 전염에 대한 학부모의 불안이 워낙 강해 신청자가 많지 않을 것 같다. 일단 신청자는 모두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직장인 부모가 휴가를 내고 아이들을 일주일 동안 돌보는 ‘가족돌봄휴가’ 사용을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개학 연기 때 돌봄교실을 이용하지 못하거나, 가족돌봄휴가를 쓰지 못하는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도 검토하고 있다. 4인 가구가 코로나19로 인해 자가 격리될 경우 월 123만 원을 지원하는 것이 ‘참고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학 연기는 학교별로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기간을 줄여 수업 일수를 확보한다. 만약 휴업이 15일 이상으로 길어지면 방학을 줄이지 않고 법정 수업일수의 10% 이내(초중등학교의 경우 19일)로 추가 휴업이 가능하다. 교육부 당국자는 “다음 달 9일까지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개학 연기를 더 연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추가 개학 연기는 3월 초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어린이집은 아직 정부 차원의 개원 연기 지침이 없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어린이집은 이미 지역에 따라 자발적 휴원 조치가 내려진 상황이라 추가 지침이나 대책은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학원도 환자 발생 현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휴원하도록 권고했다. 또 개학 연기 기간에 학생들이 PC방 등 다중이용시설 출입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 확산세 따라 추가 조치 가능


이날부터 국무총리가 본부장을 맡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가동됐다. 범정부 차원에서 각 분야의 대응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신종 플루) 당시에도 위기 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되면서 중대본이 가동된 전례가 있다. 하지만 당시 본부장은 행정안전부 장관이 맡았다. 2003년 재난현장 지휘체계가 중대본으로 일원화된 이래 국무총리가 본부장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정부가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는 셈이다.


심각 단계가 된 만큼 국민들의 일상생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대본은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집단행사나 대중밀집시설 이용을 막을 수 있다. 당장 정부는 이날 국민들을 향해 최대한 이동과 모임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특히 대구에 살거나 대구를 다녀온 사람들은 최소 2주간 자율적으로 외출을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여러 사람이 모이거나 특히 실내에서 열리는 행사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정부가 이날 내놓은 조치들은 아니지만 심각 단계가 되면 국토교통부가 항공기와 철도 등 대중교통 이동 제한 조치를 내릴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대규모 행사를 금지하고, 국내외 여행상품 판매 자제도 요구할 수 있다. 외국인 입국금지 조치도 취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예비비로 감염병 대응 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감염병 치료제 등을 생산하도록 관련 업체를 독려할 수 있다. 신종 플루로 심각 경보가 발령됐을 때 정부는 대응 방안 중 하나로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예방접종을 하고, 필요할 경우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도록 한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아직 예방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 이런 조치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박재명 jmpark@donga.com·사지원·이미지 기자
#코로나19#위기 경보#심각 단계#전국 학교#개학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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