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한국->스페인’ 기성용, 라 리가 도전 어떻게 이뤄졌나?

  • 스포츠동아
  • 입력 2020년 2월 24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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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기성용.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마스터 키’ 기성용(31)의 새로운 행선지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RCD 마요르카로 결정됐다. 2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한 그는 큰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현지에서 모든 절차를 마치고 2019~2020시즌 후반기 레이스에 참여한다.

스페인어와 카탈루냐어를 공용하는 마요르카는 스페인에서 가장 큰 섬으로 스페인 왕족과 전 세계 유명인사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휴양지다. 이곳에 연고한 RCD 마요르카는 1916년 창단됐지만 ‘강호’ 이미지는 아니다. 25경기를 소화한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도 6승4무15패(승점 22)로 강등권인 18위에 랭크됐다. 26득점의 공격은 최악이 아니나, 리그 공동 최다실점(42골)을 찍은 터라 반전이 시급하다. 특히 공수 균형을 조율하고, 경기를 풀어갈 중원 자원이 급한 상황에서 기성용과 접촉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1월부터 유럽 무대를 누빈 기성용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명문’ 뉴캐슬 유나이티드로부터 최근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얻었다. 계약기간이 6개월 남은 시점에서 구단을 설득하기 위해 내건 몇 가지 조건 중 하나가 ‘EPL 내 이적은 없다’는 내용이었고, 지난해 12월 초부터 K리그1 ‘친정’ FC서울과 접촉하기에 이르렀다.

이미 잘 알려졌다시피 기성용의 K리그 컴백은 실패했다. 서울은 선수가 셀틱FC(스코틀랜드)로 떠날 당시 ‘K리그 유턴 시 반드시 돌아와야 한다’는 합의서를 썼고, 이적료 일부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합의 위반 시’ 위약금으로 200만 유로(약 26억 원)를 내걸었다. 그러나 서울은 선수를 품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고, 국내 타 팀 이적도 원치 않았다.

기성용.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기성용.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러나 서울이 아니더라도 유럽에서 성공한 커리어를 쌓은 기성용을 원하는 곳은 많았다. 특히 선수이적시장이 열려 5월까지 입단이 가능한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가 유력한 기착지로 떠올랐다. LA 갤럭시를 비롯한 다양한 팀들이 흥미를 보였고 카타르 스타스리그를 중심으로 ‘오일머니’로 무장한 중동 클럽들도 관심을 보였다.

역시 마르지 않은 ‘돈줄’을 가진 중국 슈퍼리그의 ‘거함’ 베이징 궈안도 군침을 흘렸으나 아예 협상이 진행되지 않았다. 기성용은 오래 전부터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주장은 중국에 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고, 수년 간 이어진 슈퍼리그의 러브 콜을 뿌리쳤다.

다만 K리그 복귀가 실패한 상황에서 기성용은 유럽 잔류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했다. 이 때 오래 전부터 교감이 있었던 스페인행이 급물살을 탔다. 스페인은 기성용이 항상 동경해온 무대로 세군다 디비시온(2부 리그) 소속의 SD우에스카가 굉장히 적극적이었다.

축구계에 따르면 우에스카는 시즌 종료까지 3개월 단기계약에 ‘승격 시 완전이적’을 옵션으로 내걸며 협상에 나섰다. 하지만 기성용은 기간에 구애받지 않았다. 일체의 옵션을 배제하려 했다. 물론 프리메라리가 클럽들이 최상의 카드를 그냥 포기할 리 없었다. 마요르카·레알 베티스·에스파뇰 등이 경합에 나서자 우에스카는 후보군에서 자연스레 사라졌다.

짧지만 치열한 고민 끝에 기성용은 마요르카를 택했다. 외국인 선수쿼터가 비어있어 즉시 선수등록이 가능했다. “최대한 빨리 팀을 찾는다. 최적의 환경에서 축구에만 전념한다”는 선수의 계획에 정확히 일치했다. 세부적인 계약 조건은 나오지 않았지만 ‘라 리가 잔류’ 및 ‘세군다 강등’에 따른 안전장치도 마련된 것으로 전해졌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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