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라기보다 근미래 한 소년의 성장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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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만의 신작 김영하 ‘작별 인사’
인간과 로봇 사이 정체성 고민 주제… ‘밀리의 서재’ 전자-종이책 형태 공급
다른 출판사에선 3개월 뒤에 발간

소설가 김영하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신작 ‘작별 인사’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밀리의 서재 제공
소설가 김영하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신작 ‘작별 인사’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밀리의 서재 제공
소설가 김영하가 신작 장편 ‘작별 인사’(밀리의 서재)를 내놨다. 2013년 ‘살인자의 기억법’을 펴낸 뒤 7년 만이다. 그동안 방송인으로서 ‘숨은’ 진가를 드러냈던 그는 문단 귀환 작품으로 공상과학소설(SF)을 택했다. 20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그가 한 말을 빌리면 “지금까지 써 오지 않은 것에 대한 도전, 모험”이다.

소설의 배경은 가까운 미래, 통일 한국의 도시 평양이다. 주인공인 ‘소년’ 철이는 자신이 인간인지, 인간을 닮은 로봇 휴머노이드인지 정체성을 고민하는 실존적 위기에 처한다. 이후 펼쳐지는 모험에서 철이는 인간, 클론(복제인간), 단순한 로봇에서부터 인간처럼 먹고 소화하고 배변하는 ‘똥싸개’ 휴머노이드까지 만난다.

고교 시절 영어반 동아리 선생님을 통해 아이작 아시모프의 SF 걸작 ‘파운데이션’을 읽게 됐다는 김영하는 이번 작품에 로봇이 등장하는 SF의 중심 주제들을 거의 망라했다. ‘로봇 3원칙’의 변주, 휴머노이드의 정체성, 클론의 생명윤리, 기억과 인식만 네트워크에 존재하는 인간, 인간과 로봇의 대결….

원고지 400장 분량의 경(輕)장편이 다루기에 이런 심오한 이슈들은 약간 버거워 보인다. 완결된 소설이라기보다 향후의 SF 대서사시를 준비하는 한 편의 시놉시스 같은 느낌이 드는 까닭이다.

작가는 “SF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근미래 한 소년의 성장담(成長談)으로 읽어 달라”면서 “독자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에 대한 비유로 이 소설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든 외국인이든 사회에서 타자화되는 이들을 인간으로 받아들이느냐의 문제를 상징한다는 얘기다.

‘작별 인사’는 전자책 구독 서비스 플랫폼인 밀리의 서재에 월 1만5900원의 구독료를 내면 전자책과 종이책으로 볼 수 있다. 몇몇 동네서점에서도 구할 수 있다.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에는 3개월 후에 다른 출판사에서 공급한다. 작가는 “책은 형태가 고정돼 있지 않다.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하던 대로 하고, 살던 대로 사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김영하#작별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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