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직권남용’ 가르는 민정비서관실 직무범위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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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2월 10일 13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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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청와대 전경
[자료] 청와대 전경
청와대의 김기현 전 울산시장과 그 주변에 대한 ‘하명 수사’ 의혹과 관련해 최초 첩보를 받은 민정비서관실 직무 범위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김 전 시장 관련 첩보 접수와 이첩은 정상적 업무 범주에 속한다는 청와대 설명과 달리, 법조계에서는 민정비서관실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 적용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검찰이 민정비서관실의 직무 범위를 어디까지로 보는지에 따라 민정비서관실을 중심으로 한 청와대 전·현직 관계자들의 향후 사법처리 뱡향과 수위가 결정될 전망이다.

10일 청와대와 사건 관련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소속 문모 행정관은 2017년 9월부터 10월까지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으로부터 김 전 시장 측근 비위와 관련한 내용의 메시지를 SNS를 통해 3~4차례 받았다. 문 행정관은 이를 자신의 이메일로 전송해 제보 내용을 일부 편집,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전달했다.

백 전 비서관은 이를 다시 소관 비서관실인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에게 직접 전했고, 청와대 파견 경찰을 거쳐 경찰청, 울산지방경찰청으로 넘어갔다.

김 전 시장에 대한 비위 첩보 접수 및 가공의 주체가 부정부패에 대한 감찰 업무를 담당하는 반부패비서관실이 아닌 민정비서관실인 만큼 직권남용 소지가 크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지난해 7월 대통령 비서실에서 제출받은 ‘대통령비서실 운영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민정수석실 산하 민정비서관실 업무는 Δ국정 관련 여론수렴 및 민심동향 파악 Δ대통령 친인척 등 대통령 주변인사에 대한 관리다. 공직 비리 동향 파악이나 고위공직자 등의 비리 상시 사정 및 예방은 반부패비서관실과 그 아래 특별감찰반의 업무로 규정돼 있다.

반부패비서관실이 첩보를 수집했다 하더라도 위법 소지가 있긴 마찬가지다. 대통령 비서실 직제상 감찰반의 감찰 대상은 Δ대통령이 임명하는 행정부 소속 고위공직자 Δ대통령이 임명하는 공공기관·단체 등의 장 및 임원 Δ대통령의 친족 및 대통령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사람 등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선출직 지자체장인 김 전 시장에 대한 첩보를 생산한 건 ‘정치인 불법 사찰’이 될 수 있다.

한 현직 검사는 “민정비서관실에 제보가 들어왔다면 최소한 이를 그대로 반부패비서관실 소속 행정관이나 특감반에 넘겼어야 한다”며 “그게 아니라 민정비서관실 소속 행정관이 제보를 받아 이를 정리한 다음에 반부패비서관실에 넘긴 건 100% 불법”이라고 말했다.

민정비서관실이 민정수석 산하 4개 비서관실 업무를 조정하는 ‘선임비서관실’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비서관실마다 부여된 고유 업무 권한을 뛰어넘을 순 없다고 법조계는 보고 있다. 민정수석 산하엔 Δ민정비서관실 Δ반부패비서관실 Δ공직기강비서관실 Δ법무부비서관실 등이 있다.

또 다른 검사는 “선임비서관실이라고 감찰 업무를 수행한다면 국가정보원도 국내 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대검찰청 어느 부서나 범죄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파견 근무를 한 경험이 있는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반부패비서관실에서 ‘너무 바쁘다’거나 ‘할 능력이 안 된다’, 혹은 ‘이 업무는 민정비서관실에서 더 잘할 것 같다’는 게 있다면 모르겠지만 이 건은 세 가지 중 어느 하나에도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윗분들이 보기 좋게 편집했다”는 청와대의 해명이 직권남용 혐의를 더욱 짙게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 수사에 따라 단순 편집이냐 추가 수집이냐가 주 쟁점이 되겠지만 기본적으로 제보를 가공한다는 것 자체가 부자연스럽다는 것이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통상 제보는 그대로 넘기는 게 원칙인데, 왜 편집했는지 의문”이라며 “제보에 오탈자가 많거나 내용이 부실하면 그 자체로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드롭(drop)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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