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 ‘남미 챔피언’ 브라질에 3-0 완패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0일 00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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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위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였다. 한국 선수들은 활발하게 뛰었지만 실력 차이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0일 새벽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모하메드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끝난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 0-3으로 패했다. 벤투 감독의 부임 후 최다 실점 경기였다. 이로써 한국은 브라질과의 역대 전적에서 1승 5패로 절대 열세를 기록하게 됐다. 또 2002년 11월 평가전(2-3 패)에서 설기현과 안정환이 골을 넣은 이후 17년간 브라질을 상대로 골을 넣지 못했다. 한국은 2013년 평가전에서 2-0로 졌다.

벤투 감독은 이날 황희찬과 골키퍼 조현우를 선발로 기용했다. 9월 시작된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서 선발 출전 기회를 잘 얻지 못했던 선수들이다. 2차 예선 이후 처음 대표팀에 발탁된 주세종도 이날 선발로 나섰다. 황의조가 원톱 스트라이커로 나섰고 손흥민과 황희찬이 각각 좌우 날개 역할을 맡았다.

브라질의 수준은 한국보다 명백히 한 수 위였다. 작은 찬스도 허투루 날려보내지 않았다. 첫 골은 경기 시작 9분 만에 터졌다. 양팀을 통틀어 최고 몸값(1160억 원)을 자랑하는 필리피 코치뉴가 왼 쪽으로 치고 들어가는 헤낭 로디에게 넘겨준 공을 로디가 최종수비를 제친 뒤 가운데로 띄웠다. 몸을 날리며 헤딩슛을 시도한 루카스 파케타의 머리에 맞은 공은 골대 왼 쪽 그물을 갈랐다.

선제골을 내준 뒤에도 한국은 파상공세를 펼치며 만회골을 노렸다. 하지만 브라질은 후반 36분 한국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수비를 하던 황의조의 파울로 얻어낸 프리킥 기회를 또 한 번 골로 연결했다. 페널티 서클 바로 왼 쪽에서 코치뉴가 수비벽 머리를 살짝 넘겨 찬 골이 조현우의 허를 찌르며 왼 쪽 골대를 파고들었다.

브라질은 후반 15분에도 한국의 수비 집중력이 흐트러진 틈을 놓치지 않고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좌우로 공을 빠르게 돌리며 공격 루트를 찾던 브라질이 골대 왼 쪽에서 가운데로 낮은 크로스를 찌르는 순간 한국 선수들은 골대 근처에 서 있던 히살리송을 신경쓰느라 멀리서 달려드는 다닐루를 놓쳤다. 다닐루는 오른 쪽 대각선에서 강한 슈팅을 때려 자신의 성인 대표팀 첫 골을 한국을 상대로 기록했다.

골을 넣지 못한 채 적지 않은 점수 차로 패했지만 소득도 있었다. 월드컵 예선전에서 레바논 등 중동 팀들의 밀집수비에 고전하며 답답한 경기를 펼쳤던 한국 선수들은 이날은 한결 가볍게 움직였다. 김민재는 전방 선수들이 역습을 노릴 수 있도록 수시로 날카로운 전진 패스를 찔러넣으며 공격 활로를 뚫었다. 공격 라인에서도 모처럼 좌우 공간을 넓게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활발한 움직임을 바탕으로 수차례 브라질 골문 앞에서 펼쳤던 위협적인 공격이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손흥민은 다닐루에게, 황희찬은 에데르 밀리탕에게 밀착 견제를 당하며 장점인 기량을 발휘할 기회를 쉽사리 찾지 못 했다. 황희찬은 후반 20분 나상호와 교체됐다. 골대 앞에서 우물쭈물하거나 서로 공을 돌리다 공격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자주 보였다.

상대 수비의 허를 찌르는 기습적인 슈팅이 수 차례 선보였지만 브라질의 골키퍼 알리송 베케르의 선방에 모두 막혔다. 후반 27분 침투 패스를 담당하던 김진수가 브라질 페널티박스 바깥 왼쪽 대각선에서 기습적인 강슛을 때려봤지만 알리송의 손에 걸렸다. 3분 뒤에는 손흥민도 중거리 슈팅을 날렸지만 역시 알리송의 선방이 빛났다.

치치 브라질 감독은 후반 39분 이후 여러번 선수교체 카드를 쓰면서 다양한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제공했다. 한국도 후반 31분 이재성을 빼고 권창훈을, 42분 주세종을 빼고 황인범을 넣으며 마지막 득점 기회를 노렸지만 더 이상 골이 터지지는 않았다.

이원주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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