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운명 가를 TV 청문회 임박…‘폭풍 트윗’ 으로 반전 시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3일 15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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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한 의회 공개 청문회가 13일(현지 시간) 시작된다. 하원의 탄핵 조사가 시작된 지 7주 만에 비공개에서 공개로 전환되며 ‘제2라운드’에 돌입하게 되는 것. ‘트럼프 대 민주당’의 한 판 승부가 벌어지는 격돌의 현장이 미국인들에게 생중계된다는 점에서 만만치 않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의 운명을 가를 TV 청문회

하원 정보위원회는 이날 윌리엄 테일러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 대행과 조지 켄트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부차관보에 대한 증인 심문을 시작으로 2주 간의 공개 청문회에 들어간다. 앞서 비공개 조사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던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 주재 미국대사(15일), 알렉산더 빈드먼 중령(19일), 고든 손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대사(20일), 피오나 힐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유럽·러시아 담당 선임국장 (21일) 등이 증언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 끝에 경질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증언은 이번 공개 청문회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은 정보를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볼턴 전 보좌관은 민주당이 ‘청문회 스타’ 후보로 가장 공들이고 있는 카드 중 하나다.

이에 맞서기 위해 탄핵 조사에 투입되는 공화당 관계자는 최근 15년간의 각종 의회 청문회 사례 중에서도 최대 규모다. 워싱턴포트스(WP)에 따르면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참사, 2012년 리비아 벵가지 테러 관련된 의회 조사 때보다도 많다. 하원 공화당 의원들은 민주당 의원들의 공세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잘못한 게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이를 공격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공격하라”는 지도부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폭풍의 핵인 백악관은 막상 탄핵 대응을 놓고 적전 분열 양상이다. 대응의 핵심 두 축이어야 할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과 팻 시폴로니 백악관 법률고문 간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는 것. 멀베이니 대행은 시폴로니 고문이 정부 당국자들의 탄핵 조사 증언 참여를 막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며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시폴로니 고문 측에서는 멀베이니 대행이 10월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핵심인 대가성 거래를 인정하는 발언으로 상황을 더 꼬이게 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의회 서커스가 시작된다”

민주당은 공개청문회를 통해 여론이 반(反)트럼프 쪽으로 돌아서기를 기대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조사 청문회가 TV로 중계되는 것은 1973년 ‘워터게이트 사건’에 대한 리처드 닉슨 대통령, 1998년 빌 클린턴 대통령의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에 이어 세 번째. 닉슨 대통령에 대한 청문회의 경우 사건이 벌어진 이후 1년 가까이 지나서 시작됐음에도 ‘최고의 흥행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으며 시청률이 치솟기 시작했고, 공개청문회 중계 시간이 319시간에 이르렀을 때는 전체 미국 가구의 85%가 청문회를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지율이 반토막 나면서 탄핵 위기에 직면하자 그는 결국 사임했다.

민주당은 탄핵 조사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크리스마스 연휴가 시작되기 전인 12월 셋째 주에는 탄핵 표결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에서는 통과가 확실시되지만, 내년 초로 예상되는 상원 표결까지 통과할 가능성은 낮다. 상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되려면 전체 의석(100석)의 3분의 2가 찬성표를 던져야 하지만, 현재 공화당이 절반 이상인 53석을 차지하고 있다.

공개 청문회를 하루 앞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폭풍 트윗을 이어가며 “앞으로 2주간 여러분이 보게 될 것은 여론조작용 가짜 재판(showtrial)이며 또 다른 사기이자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서커스가 시작된다”며 “타락하고 타협하는 겁쟁이이자 거짓말쟁이 애덤 시프의 의회 ‘쇼’”라고 비아냥댔다.

이번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7월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자신의 정적이자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父子)의 우크라이나 관련 비리를 조사해 달라고 요청한 것에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 대가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언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퀴드 프로 쿼(quid pro quo·대가성 거래)’라는 표현이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기도 했다. 민주당은 공개 청문회에서는 이런 어려운 용어 대신 강요(Extortion)나 뇌물(Bribery)처럼 쉽고 명료한 단어를 사용할 계획이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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