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때리고 옷 벗겨 낙서한 고교생들 “퇴학 억울” 法 “퇴학 마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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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1월 7일 15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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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폭행하고 옷을 벗겨 몸에 낙서하는 등 상습적으로 괴롭힌 고등학생들이 자신들의 퇴학을 취소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춘천지방법원 행정1부(성지호 부장판사)는 강원도 한 고등학교 A 양과 B 양 등 2명이 학교장을 상대로 낸 ‘퇴학 처분 취소의 소’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7일 밝혔다.

A 양과 B 양은 지난해 같은 반 친구인 C 양의 옷을 벗기거나 몸에 낙서하는 등 7차례에 걸쳐 강제로 추행했다. 또 C 양의 머리를 때리거나, 약병에 담긴 물을 코와 귀 등에 대고 쏘는 등 수차례 공동 폭행했다.

이들은 벌금 명목으로 돈을 주지 않으면 신체에 위협을 가할 듯한 태도를 취하면서 C 양에게 각각 50여만 원과 30여만 원을 각자의 계좌로 송금받기도 했다. A 양은 또 사인펜으로 C 양의 허벅지를 수차례 내려찍어 폭행하기도 했다.

이 일로 이들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출석정지 5일, 특별교육 24시간, 보호자 특별교육 5시간 등의 처분을 받았다. 이에 불복한 C 양의 아버지는 형사 고소와 재심을 청구했다.

결국 A양 등은 강원도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의 재심 끝에 퇴학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은 퇴학 처분이 과하다는 취지로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A 양 측은 “퇴학보다 가벼운 조치로도 선도될 수 있는지에 대해 판단을 하지 않은 채 처분이 이뤄졌다”며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를 단계적으로 규정한 학교폭력예방법을 위반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피해자 측의 고소에 따른 수사와 재심 단계에서 피해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난 점 등을 종합해 퇴학 처분을 추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퇴학 처분은 원고들의 선도 가능성과 학교 폭력 행위의 심각성, 피해 학생의 보호 필요성 등을 고려해 이뤄진 것으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자의 옷을 벗기고 몸에 그림을 그리는 등의 강제추행은 피해자에게 큰 모멸감과 수치심을 줄 수 있는 행위로 엄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친구 관계 유지나 게임을 빌미로 이 같은 행위를 반복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도 큰 만큼 여러 사항을 고려한 이 사건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A 양과 B 양은 1심에서 특수강제추행죄와 공동공갈죄가 유죄로 인정돼 각 징역 2년, 징역 장기 2년·단기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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