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말뿐인 ‘협상의 달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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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미중 무역협상 등 ‘미완의 합의’ 취임 3년간 외교-무역서 성과 못내
WP “한미FTA 개정이 유일한 성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1월 취임 후 약 3년간 외교와 무역 분야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2일 평가했다. 부동산 사업가 출신인 그가 자신을 ‘협상의 달인’ ‘최고의 해결사’로 자처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과의 협상 및 터무니없는 그린란드 매입 추진 등 20여 개의 국제협상에 착수하거나 제안했지만 지금껏 대타협은 없었고 일부는 명백한 실패로 귀결됐다”고 비판했다.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현 상황을 만회할 대형 합의를 할 시간이 점점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북한, 이란, 아프가니스탄처럼 역사적으로 골치 아픈 지역에 대한 해결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첫 번째 미국 대통령은 아니지만 줄곧 자신의 ‘협상 기술’을 자랑해 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비판의 여지가 상당하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미중 무역협상을 두고 “실질적인 1단계 합의에 도달했다. 중대한 발전”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WP는 “여전히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대통령이 말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합의’는 진행 중이며 중국은 여전히 미국의 추가 관세 인상 철회를 후속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신의 최고 외교 치적으로 내세우는 북-미 비핵화 협상도 지지부진하다.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이 결렬된 뒤 미국은 북한으로부터 “매우 불쾌하다”는 반응만 접했고 추가 협상 일정을 잡지 못했다. WP는 “그런데도 대통령이 6·25전쟁 당시 미군 전사자 일부의 유해 봉환 등을 ‘승리’로 간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대통령은 자신의 매력으로 북한을 매료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북한 인사가 그 매력이 뭔지 모른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 역사학자 마크 랜디도 “대통령은 적들이 자신을 매우 다양한 측면에서 평가한다는 사실을 모른다. (대통령직 수행은) 부동산 거래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WP는 “대통령이 완전한 합의를 이룬 건 오로지 한국과의 합의였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언급했다. 다만 이 역시 완전히 새로운 합의가 아니며 미국 관점에서 봐도 기존 합의에 대한 ‘약간의 수정’일 뿐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역시 “환상적 합의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게 됐다”며 자랑했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트럼프#미완 협의#협상의 달인#북미 비핵화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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