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스포츠외교 마저 외면…빗장 잠그고 돼지열병 방역도 묵묵부답

  • 뉴스1
  • 입력 2019년 10월 14일 14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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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의 카타르월드컵 예선을 위해 13일 평양 원정길에 오른 한국축구 대표팀이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2019.10.14/뉴스1
북한과의 카타르월드컵 예선을 위해 13일 평양 원정길에 오른 한국축구 대표팀이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2019.10.14/뉴스1
평창올림픽을 통해 긴장국면을 극적으로 반전시켰던 북한이 남북 간 카타르 월드컵 예선전에 무응답으로 일관하면서 ‘스포츠외교’마저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통일부는 평양 예선전을 위해 취재 및 중계, 선수단 직항로 이용 등 편의를 보장을 요청했지만 북한이 답변을 하지 않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다고 밝혔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가 국제 스포츠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 셈이다.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축구전이 29년만에 열리지만, 취재진 방북과 현장 중계, 응원단 파견까지 무산되면서 깜깜이 경기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 내용 또한 중계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실시간으로 진행 상황에 대한 확인이 어려워지며 ‘문자중계’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선수단과 이날 오후 평양으로 향하는 방북단은 숙소인 고려호텔에 상황실을 가동하고, 이곳에서 경기진행 상황 등을 인터넷이나 국제전화를 이용해 전파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역시 북한 측과 협의가 된 것은 아니기에 확정된 사항은 아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전에 (인터넷·국제전화 사용 등을) 요구했고, 북측이 ‘잘 알겠다’는 정도로 답했다”며 “현장에 가서 구체적으로 무엇이 가능한지 확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일단 인터넷(사용)이 보장되어야 하고, 국제전화 등 보장되는 통신수단에 따라 어떻게 (경기 내용을) 전할지 달라지지 않나”라며 “가급적 신속하게 많은 정보가 도달할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측 설명에 따르면 이번 평양 예선전을 논의하기 위한 창구로 당국 간 채널과 남북 축구협회 간 채널, AFC(아시아축구연맹)를 통한 간접 채널 등 세가지 채널이 가동됐지만, 결국 북측이 무응답으로 거절 의사를 표하면서 비정상적인 경기 진행을 하게 됐다.

남북은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스포츠를 통해 화해의 물꼬를 틔웠고,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으로 문화·체육 분야 교류 확대에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월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남북 간 교류는 물론, 민간단체의 접촉도 뚝 끊겼다.

이 뿐 아니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감염 경로 등을 밝히기 위한 우리 측의 공동조사와 방역 추진 요청에 대해서도 북측은 이날까지 묵묵부답이다.

북한이 남북간 교류는 물론 인도적 차원의 공동조사 등에 대해서 응답하지 않고 있는 것은 북미간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서의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일각에선 대북 제재 완화 문제에 있어 우리 정부의 실질적인 영향력이 없다는 판단도 가미됐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남북관계 경색 국면의 장기화가 북측과의 중계 협의 등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이번 예선전은 남북교류로 보기 보다는 순수하게 축구경기로 봐야할 것 같다”며 “축구협회도 그렇고 통일부는 선수단이 경기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데 (협의의) 관심을 뒀고, 남북관계 상황과는 무관하게 접근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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