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전환 안 되면 어쩌나” 안심전환대출에 서민들 발동동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6일 19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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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순 접수가 아닌 건 아는데…. 그래도 대출 이자를 하루빨리 줄이고 싶어 달려왔어요.”
16일 오후 2시 서울 은평구 신한은행 응암동지점에서 만난 김모 씨(64·여)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김 씨는 기존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연 1%대 고정금리로 전환해주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신청 첫날부터 은행을 찾았다. 앞으로 2주간 신청할 수 있지만 마음이 급해 달려온 것이다. 공공기관에서 단기 계약직으로 일하는 김 씨 가족의 수입은 월 100만~200만 원. 김 씨가 매달 부담하는 대출 원리금은 30만 원가량이다. 보험설계사로 일하는 남편의 수입이 워낙 들쭉날쭉해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마음이 절실했다.

경기침체와 취업난으로 살림이 팍팍해진 서민들은 서울 시내 곳곳의 은행지점을 찾아 이자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을 신청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안심전환대출은 약 8000억 원, 7200건이 신청됐다. 2015년 1차 안심전환대출 첫날에 3조 원이 넘게 공급된 것에 비해선 적지만, 이번에도 대출자들의 관심이 꽤 큰 편이었다.

●“대출 전환 안 되면 어쩌나” 발 동동

서민들이 이번 안심전환대출 신청을 서두르고 있는 이유는 최근 금리 하락으로 고정금리가 변동금리 밑으로 내려가는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자 부담이 덜한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타길 원하는 이용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양천구 KB국민은행 목동역지점에서 만난 정민경 씨(62·여)는 “3억 5천만원 짜리 주택을 갖고 있는데 혹시라도 대출 전환이 안 될까봐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안심전환대출은 시가 9억 원 이하인 주택 1채만 보유하면 신청할 수 있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다. 신청자가 아주 많으면 보유 주택 시가가 낮은 순서대로 승인된다. 9억 원 이하여도 지원 대상에 못 들어갈 수 있다.

고정금리 대출 이용자들은 이번 안심전환대출에 신청하지 못해 아쉬워했다. 김모 씨(57)는 “4년 전에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아 신청할 수가 없다더라”며 발길을 돌렸다. 시중은행 영업점의 한 관계자는 “고정금리 이용자들이 혜택을 못 받으니 아쉬워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출시된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은 올해 7월 23일까지 변동금리나 준고정금리 대출을 받은 사람만 이용할 수 있다. 부부 합산 연소득이 8500만 원 이하인 1주택자(주택 시가는 9억 원 이하)만 신청할 수 있지만 혼인한 지 7년 이내의 신혼부부, 자녀 둘 이상인 가구는 연소득 1억 원까지도 가능하다. 신청자는 소득증빙서류 등을 제출해야 한다. 보유 주택에서 지방의 노후·소형 주택은 제외되고 분양·입주권은 포함된다.

●금리 할인해주는 ‘온라인 신청’에 폭주

안심전환대출의 금리는 연 1.85~2.10% 수준으로 일반 시중금리보다 낮은 편이다. 특히 주택금융공사(주금공)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0.1%포인트의 금리 할인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이날도 금리를 깎아주는 ‘온라인 신청’에 이용자가 대거 몰렸다. 전체 신청금액의 52%(4323억 원)가 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됐다. 주금공 모바일 앱은 신청자가 폭증하며 접속이 지연됐고 콜센터에는 문의 전화가 1만6000건 쏟아졌다.

접속 지연이 계속되자 주금공은 “선착순으로 접수하지 않으니 낮 12시~오후 3시를 피해 신청하거나 혼잡하지 않은 다른 날 신청해 달라”고 공지하고 나섰다.

고령자들은 온라인 신청에 서툴러 금리 할인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이날 신한은행 영업점에 들른 A 씨는 “주금공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0.1%포인트의 금리 혜택이 있는데 난 컴퓨터를 쓸 줄 모른다”며 아쉬워했다.

남건우기자 woo@donga.com
조은아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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