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文은 좋은 친구”… 국무부는 “美에 피해” 항의 계속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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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파기 파장]트럼프 신중-실무부처 강경 ‘온도차’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결정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을 ‘친구’라고 부르며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간) 프랑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백악관을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한국의 지소미아 협정 파기를 우려하느냐’는 질문에 “문 대통령 역시 나의 매우 좋은 친구다. 한국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한국의 협정 파기 선언 이후 처음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이다.

이 발언은 앞서 ‘강한 우려’와 ‘실망’을 잇달아 표시한 국무부, 국방부 등 실무 부처들의 공개적인 반응보다는 상대적으로 온건하다는 게 외교가의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종 언급하는 ‘지켜보자’는 표현은 향후 전개 과정의 변화를 기대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고 향후 양국 모두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는 앞서 7월 한일 관계가 급속히 악화되던 시점에도 “양국의 지도자 모두를 좋아한다. 문재인 대통령을 좋아하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특별한 사람”이라고 했다.

국무부를 비롯한 행정부의 관련 실무 부처들은 지소미아 파기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국가 이익에 피해(harm US‘ national interest)를 입혔다. 미국의 이익을 존중하지 않았다(disrespect)”며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 국무부와 국방부는 외교채널을 통해 서울의 외교당국에 “이제 이 건은 미국의 문제가 됐다”며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고 복수의 워싱턴 외교소식통이 전했다. 이런 내용과 표현은 동맹국을 상대로 한 표현으로 보기 어려울 만큼 거칠고 수위가 높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실무 부처 고위당국자들은 지소미아 종료 발표 직전까지도 협정이 유지되는 쪽으로 파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나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잇따라 방한했을 때도 종료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봤다는 것.

외교부의 전직 고위당국자는 “동맹국 간 제일 중요한 바탕은 상대방이 놀라지 않고 예측 가능하도록 정보 공유 및 협의를 함으로써 신뢰를 쌓는 것인데, 미국으로서는 이 기본이 무너졌다고 느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의 협정 종료 결정은 수개월에 걸친 양국 간 외교적 다툼과 무역 조치 이후에 나온 것이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양국을 향해 무역 양보와 더 많은 방위비 지출을 압박하며 구경만 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산케이신문은 24일 “아베 신조 총리가 22일 밤 주변에 ‘미국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지소미아를) 파기해 선을 넘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22일 오후 6시 30분경 총리관저에서 퇴근할 땐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지만 가까운 사람들에게 이런 불만을 터뜨렸다는 것이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지소미아#군사정보보호협정#파기 결정#도널드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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