궐련형 전자담배 이용자 10명 중 8명, 일반담배 같이 피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2일 1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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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가량 담배를 피운 이모 씨(62)는 지난해 초 단계적 금연을 결심했다. 이를 위해 당시 유행하던 궐련형 전자담배를 구입했다. 일반담배보다 연기나 냄새도 덜해 건강에 덜 해로울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올해 초 전자담배가 고장 나자 다시 일반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전자담배까지 또 구입했다. 이 씨는 실내외 등 주변 상황에 따라 일반담배와 전자담배를 번갈아 피우고 있다. 그는 “가족과 이웃 눈치 탓에 아파트 베란다에서 일반담배는 잘 피우지 않는다”며 “대신 전자담배를 피우다 보니 전체 흡연량이 더 늘어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 씨처럼 금연을 위해 ‘중간단계’로 궐련형 전자담배를 구입했다가 오히려 두 종류 담배를 피우게 된 ‘멀티흡연자’가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22일 공개한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실태 및 금연시도에 미치는 영향 분석’ 연구 결과에 따르면 궐련형 전자담배 이용자 10명 중 8명은 일반담배를 함께 피우고 있었다. 연구를 진행한 조홍준 울산대 의대 교수 연구팀은 복지부 의뢰로 지난해 5~11월 20~69세 7000명을 대상으로 담배 인식조사를 진행했다.

대상자 중 흡연자 1530명 가운데 일반담배 흡연자는 89.2%(1364명)였다.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자는 574명(37.5%), 액상형 전자담배 흡연자는 25.8%(394명)이었다. 궐련형 전자담배 이용자 가운데 일반담배를 함께 피우는 ‘이중 흡연자’는 47%(270명), 일반담배와 액상형 전자담배까지 이용하는 ‘삼중흡연자’는 33.8%(194명)에 달했다.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자의 80.8%가 일반담배를 함께 피우는 셈이다.

일반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를 함께 피우는 흡연자는 한 종류의 담배만 피우는 사람보다 흡연량도 더 많았다. 일반담배 흡연자는 1일 평균 12.3개비,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자는 1일 평균 8.7개비를 피웠지만 두 담배를 함께 사용하는 흡연자는 1일 평균 17.1개비를 피웠다.

이는 일반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를 모두 사용하는 흡연자들이 일반담배를 피울 수 없는 장소에서 전자담배를 피우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두 종류 담배를 즐기는 흡연자들은 ‘일반 담배는 피우지 않지만 전자담배는 피우는 장소(중복 응답)’로 자동차(35.9%)와 가정 실내(33.3%), 실외금연구역(16.1%), 회사 실내(15.8%), 음식점 및 카페(8.2%)를 꼽았다. 금연을 위해 궐련형 전자담배를 구입했다는 직장인 조진명 씨(31)는 “저녁에 식당에서 술을 마실 때 전자담배 피우는 정도는 업주들이 눈 감아준다”며 “담배 피우려 들락거리기 번거롭다며 일부러 전자담배를 구매하는 흡연자도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두 종류 이상의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흡연량이 늘어 니코틴 의존도가 높고, 일반담배를 피우기 어려운 실내에서도 전자담배를 피우기 때문에 금연 확률도 낮다”고 지적했다. 정영기 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비흡연자를 포함한 전체 조사대상자의 87.4%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궐련형 전자담배 규제를 조속히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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