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中, 무역협상 타결 원하면 홍콩사태 인도적 해결 먼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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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협상 카드로 홍콩사태 연계… 시진핑과 비공식 회담도 깜짝 제안
볼턴 “제2 톈안먼 된다면 큰 실수”… 美국무부 “반환협정 준수 강력 촉구”
中 “홍콩 문제는 내정” 반박 속… 홍콩 경찰 앞세워 강경진압 나설듯

홍콩 경찰 “공항 시위대 5명 체포” 14일 막친호 홍콩 경찰 부국장이 기자회견을 갖고 하루 전 홍콩국제공항 점거 시위에서 경찰관 폭행, 무기 소지 등의 혐의로 시위 참가자 5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언론은 홍콩 시위대가 본토인 2명을 폭행한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며 이를 강력 비난했다. 홍콩=신화 뉴시스
홍콩 경찰 “공항 시위대 5명 체포” 14일 막친호 홍콩 경찰 부국장이 기자회견을 갖고 하루 전 홍콩국제공항 점거 시위에서 경찰관 폭행, 무기 소지 등의 혐의로 시위 참가자 5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언론은 홍콩 시위대가 본토인 2명을 폭행한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며 이를 강력 비난했다. 홍콩=신화 뉴시스
홍콩의 반중(反中) 및 반정부 시위가 미중 갈등의 새 뇌관으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 홍콩 문제를 미중 무역협상과 처음으로 직접 연결시키며 깜짝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지는 않아 물밑에서 미중 정상회담 논의가 오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 “제2의 톈안먼은 큰 실수 될 것”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중국은 (무역)협상을 타결하고 싶어 한다. 그들(중국)이 먼저 홍콩 문제를 인도적으로 해결하게 하자”고 말했다. 홍콩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사실상 무역협상 합의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신속하고 인도적으로 홍콩 문제를 해결하기를 원하고 그렇게 할 수 있음을 한 치도 의심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특히 마지막에 “개인적 만남(personal meeting)?”이라며 시 주석과의 비공식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협상을 처음 홍콩 시위에 연결시켰다”고 분석했다. 6월 말 트위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을 연상시킨다는 해석도 나왔다.

미국의 대중 공세도 강경해지고 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까지 거론했다. 그는 이날 미국의 소리(VOA) 인터뷰에서 “홍콩에서 톈안먼 광장과 같은 기억을 새로 만들면 커다란 실수를 하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미국은 줄지어 선 탱크 앞에 선 남성의 사진, 자유와 민주주의를 요구하던 중국인들의 목소리, 1989년 중국 정부의 탄압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도 이날 중국의 무력 개입 가능성을 “준군사적(paramilitary) 움직임”이라는 공식 반응을 내놓았다. 국무부는 동아일보의 질의에 “홍콩이 높은 수준의 자치권을 누리도록 한 ‘홍콩반환협정’을 준수할 것을 중국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답했다.

○ 중국, 홍콩 경찰 진압으로 기우나

시진핑 지도부는 미국의 홍콩 문제 개입을 ‘내정 간섭’이라며 결사 반대해왔다. 하지만 이를 무역협상에 이용하려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에 중국의 셈법도 한층 복잡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 무역협상을 카드로 북한 문제를 활용했다. 시 주석도 이에 협조했다. 하지만 홍콩 문제는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주권 문제에 해당해 쉽사리 호응하기 어렵다.

중국 외교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15일 오후 “홍콩 문제는 순수한 중국의 내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에 ‘홍콩은 중국의 일부이고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 대로 행동하기를 바란다”고 반박했다. 다만 반박 수위가 높지 않았고 “미중 정상이 회담과 통화 서신 등을 통해 소통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힌 점이 주목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양제츠(楊潔지) 중국 외교담당 당 정치국원의 13일 뉴욕 회동 때 정상회담 논의가 오갔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시 주석이 직접 개입보다 홍콩 경찰력의 강경 진압을 내세우는 쪽으로 무게를 두는 정황도 감지된다. 홍콩 핑궈(瀕果)일보는 12일 본토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의 홍콩 관련 최신 지시는 ‘군대를 동원할 필요가 없고, 가혹한 법 집행으로 한 치도 양보하지 말고 최대한 빨리 혼란을 평정하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시위대를) 많이 잡아들여 형을 무겁게 판결하라는 명령이 이미 홍콩 경찰에 전달됐다”고 말해 홍콩 당국의 강경 진압을 예고했다.

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워싱턴=김정안 특파원
#홍콩#반중 시위#미중 갈등#무역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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