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 배배 꼬아… 사람 40배 힘내는 ‘무쇠 근육’ 만들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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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공동 초강력 인공근육 개발

미국 텍사스대 연구팀이 2014년 개발한 섬유 인공근육으로 바벨을 들어올리는 실험을 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이 인공근육을 개량해 들어올릴 수 있는 무게를 이전보다 9배 증가시켰다. 텍사스대 제공
미국 텍사스대 연구팀이 2014년 개발한 섬유 인공근육으로 바벨을 들어올리는 실험을 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이 인공근육을 개량해 들어올릴 수 있는 무게를 이전보다 9배 증가시켰다. 텍사스대 제공
김선정 한양대 전기생체공학부 교수는 이달 11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사람의 근육보다 최대 40배 큰 힘을 내는 인공근육을 발표했다. 레이 보먼 미국 텍사스대 화학과 교수팀과 공동 개발한 이 인공근육은 탄소나노튜브(CNT) 섬유에 시중에서 판매하는 값싼 아크릴 섬유, 실크, 대나무 섬유를 함께 섞어 꼬아 만들었다. 여기에 온도 변화와 전자기장, 화학물질 같은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재료를 덧씌워 한 줄의 끈처럼 만들었다. 연구진은 이 끈을 다시 고무동력기 고무줄처럼 배배 꼬아 인공근육을 만들었다. 인공근육 섬유는 외부 자극을 받으면 줄을 감싼 겉면이 수축했다가 늘어나는 방식으로 사람의 근육처럼 힘을 낸다.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근육은 시중에서 쉽게 구하는 값싼 재료를 활용하고도 기존에 개발된 인공근육보다 9배 높은 성능을 냈다. 끈을 덮은 재료에 따라 어떤 자극에 반응할지 결정할 수 있어 활용 범위가 넓다. 폴리우레탄을 재료로 쓰면 열 변화에 따라 반응하는 인공근육이, 탄소나노튜브로 덮어씌우면 전기 자극에 반응하는 인공근육이 된다. 김 교수는 “포도당에 반응하는 히드로겔을 개발해 포도당 농도에 따라 작동하는 인공근육도 개발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 연구팀 외에도 최근 인공근육 연구는 로봇과 기계, 바이오 연구에서 뜨거운 주제로 떠올랐다. 인공근육에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는 산업혁명 이후 200년 넘게 발전해 온 기계장치들이 서서히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어서다. 인간이 개발한 엔진이나 전기 모터 같은 구동장치는 소형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점점 더 작게 만들기 어려워지고 있다. 또 소재가 딱딱하다 보니 부드럽고 유연하게 힘을 내는 데 한계가 있다.

과학자들은 사람과 동물의 운동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사람의 근육은 얼굴 표정을 만들고 물건을 들어올리며, 적은 에너지로 장시간 달릴 수 있게 하는 등 다양하게 사용된다. 또 세포 크기로 작게 만들 수 있고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뛰는 심장 속 근육처럼 고장도 잘 나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섬유를 꼬아 만드는 방식의 인공근육 기술이 가장 앞서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날 사이언스도 두 편의 논문을 더 실었다. 폴리나 아니키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연구팀은 두 종류의 고분자를 붙인 덩어리를 국수 뽑듯 가늘게 뽑아낸 섬유로 인공근육을 제작했다. 10배 이상의 늘어남도 견딜뿐더러 40도의 열만 가하면 두 고분자가 열에 늘어나는 정도가 달라 강하게 꼬이면서 자기 무게의 650배를 들 힘을 낸다. 진카이 위안 프랑스 국립과학원 연구원팀은 폴리비닐알코올(PVA) 섬유에 산화그래핀 조각을 5% 섞어 꼰 인공근육을 개발했다. 산화그래핀 조각이 인공근육의 탄성과 강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하며 인간 근육 50배의 힘을 낸다.

형상기억합금은 인공근육 후보군 중 가장 강한 힘을 내고 가장 연구가 활발하다. 열을 가하면 원래의 형상으로 되돌아가는 성질이 있어 열에 반응하는 인공근육으로 사용된다. 제이미 백 스위스 로잔연방공대 교수는 형상기억합금 스프링으로 곤충처럼 걷기부터 멀리뛰기와 높이뛰기까지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10g 무게의 로봇을 개발했다고 이달 10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리튬이온 배터리와 수신기, 센서, 형상기억합금을 가열할 장치를 장착한 가로세로 약 3cm의 기판 세 개를 스프링으로 이어 붙인 형태지만 걷고 기는 동작을 자유자재로 하다가 장애물을 만나면 최대 14cm 높이로 뛰어넘는다.

다만 인공근육은 이미 인간 근육보다 더 강한 힘을 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인간 근육과 같은 힘을 내기 위해서는 5배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 에너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게 극복해야 할 과제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인공근육#섬유 인공근육#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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