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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역 캐스팅의 이면 上] 아역 부모들 “출연료 계약서? 구경도 못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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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역 캐스팅의 이면 上] 아역 부모들 “출연료 계약서? 구경도 못 했죠”

유지혜 기자 입력 2019-06-26 06:57수정 2019-06-26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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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대 갑’ 기획사의 횡포

합격을 빌미로 연기 강습료 등 착취
기획사 계약서엔 불공정 항목 포함
아이에게 피해 갈까봐 목소리 못 내


“아이들의 꿈이 ‘볼모’가 되는 게 정당한가요?” 최근 아역 연기자 지망생 부모들을 상대로 한 사기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작품 제작비로 거액을 빌리고, 교육비 명목으로 돈을 갈취하는 등 사례도 가지각색이다. 이에 피해자들은 “비슷한 사건들이 문제됐던 2010년 초반과 달라진 게 없다”고 입을 모은다. 스포츠동아가 세 차례에 걸쳐 이런 현실을 고발하고, 그 대안을 제시한다.


“아이의 출연료 계약서요? 한 번도 ‘못’ 썼죠.” 아역배우 지망생의 어머니 A씨는 최근 한 드라마에 딸을 출연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출연계약서는 없었다. A씨는 “늘 그래왔다”며 “지금까지 정식으로 계약서를 쓴 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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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드라마 제작사의 계약서를 쓴 사람은 따로 있다. 바로 작년 10월 A씨의 딸이 참가한 오디션을 진행한 B기획사의 대표다. B사는 주연급을 제외한 아역 캐스팅 ‘대행’ 계약을 제작사와 맺고 자체적으로 연기자를 모집했다. B사와 최근 계약한 한 제작사 관계자도 “방송가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라며 “수많은 출연자들과 계약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경우에 따라 ‘대행’ 개념의 전문기획사나 에이전시를 쓴다”고 밝혔다.

● 아역 세계의 ‘절대 갑(甲)’은 기획사

이런 방식은 일부 기획사가 아역 연기자들에게 ‘절대 갑(甲)’의 힘을 휘두르는 결정적인 배경이 된다. 개개인이 출연 기회를 잡기 힘든 구조상 지망생 부모들은 기획사에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역 출연에 대한 금전적 대가를 요구하거나 거액을 빌리고 갚지 않는 등 일부 기획사의 사기 행각이 반복되는 이유다.

아역배우 지망생의 부모들은 기획사들의 부당한 요구에도 “아이의 출연 기회를 박탈당할까” 쉽사리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피해 사례가 공론화되기조차 어려운 폐쇄적인 분위기인 셈이다. 또 다른 아역 지망생의 어머니 C씨는 “사기 피해를 입은 부모들 중에는 ‘잡음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을까봐 이를 감추는 경우도 많다”고 털어놨다.

● 강습료 착취에 ‘불공정 계약’까지

이런 상황 속에서 불공정 거래 사례도 줄을 잇는다. 대표적인 예가 ‘합격’을 빌미로 한 연기 강습료 착취다.

한 웹드라마 제작사 감독 D씨는 작년 아역 부모들에게 B사의 오디션을 소개하면서 “합격하려면 연기 트레이닝을 받아야 한다”고 권했다. A씨를 비롯한 아역 배우 지망생 부모들은 300만 원을 내고 이에 응했지만 애초 25회로 약속된 연기 지도는 5회에 그쳤다. 피해를 주장하는 부모들은 “D씨를 사기죄로 고소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고 말했다. 일부 강의가 실행되면 사기 행각의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려워 법적 조치가 힘들기 때문이다.

연기 지도를 비롯한 각종 비용을 부모들에게 떠넘기는 경우도 있다. “을이 비용 전액을 부담한다”는 항목을 계약서에 명시하는 것으로, 이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한 대중문화예술인 표준계약 내용에 어긋난다. 해당 기획사 대표는 “계약서는 전속연기자가 아닌 ‘학원생’용이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부모는 “그런 설명을 사전에 전혀 듣지 못했다”며 “강사 이력이나 커리큘럼 등도 받아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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