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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에서 잠깐이라도 내렸다간…故한지성 교통사고 한 해 10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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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에서 잠깐이라도 내렸다간…故한지성 교통사고 한 해 100건

김은지기자 , 서형석 기자 입력 2019-05-15 21:43수정 2019-05-15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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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11시경 인천국제공항도로 서울 방향 김포공항 나들목 부근. 여배우 한지성 씨(28)가 6일 오전 3시 52분경 사고를 당한 장소다. 한 씨는 이곳 2차로에 차를 세우고 내린 뒤 트렁크 뒤편에 서 있다 뒤에서 오는 택시와 올란도 차량에 치여 숨졌다.

기자도 야간에 이 지점 인근을 차로 직접 주행해 봤다. 차량이 내달리는 도로에서 보행자의 출현은 생각하기 힘들었다. 도로 위에 보행자가 있더라도 가까이 다가서지 않는다면 잘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경찰청에 따르면 고속도로 보행자 사상사고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매년 100건 넘게 발생했다. 지난달 16일에도 경부고속도로 부산방향 안성나들목 인근에서 고속도로를 걷던 70대 남성이 차에 치여 숨졌다. 이 중에는 차를 타고 달리다 잠깐 내린 사이 차에 치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고장이나 사고로 차가 멈춰선 뒤 조치를 취하려다 뒤따르는 차에 치이는 2차 사고 피해자들도 이 안에 포함된다.


문제는 차량이 정지된 상태에서 사고를 당하면 일반 교통사고보다 피해가 훨씬 크다는 것이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2013~2017년 고속도로 위에서 발생한 2차 사고의 치사율은 연평균 52.7%로 일반 교통사고 치사율(연평균 9.1%)의 약 5.7배에 이른다. 차가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상황에서 주로 발생하는 추돌사고와 달리 멈춰 있는 상태에서 차에 받히면 더 큰 충격을 받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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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어떠한 돌발 상황에서도 고속도로 위에 서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국가교통안전연구센터 연구위원은 “고속도로에서는 후방 차량을 위해 안전 삼각대를 설치하려다가도 사고를 당할 수 있다”며 “사고가 나도 비상등을 켜고 트렁크를 열어두는 조치만 취하고 재빨리 도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고속도로에서는 보행자 사상사고가 발생해도 법원이 운전자의 책임을 묻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고속도로 위 보행자 사망사고의 경우 과속 등 운전자의 과실이 일부 인정되더라도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리기도 한다.

화물차 운전자 A 씨(34)는 2016년 4월 경기 시흥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일산 방면에서 차로에 떨어진 박스를 줍던 B 씨를 치어 숨지게 했다. A 씨는 제한속도가 시속 100km인 도로를 시속 130km를 넘겨 달렸다. 하지만 1심 법원인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A 씨에게 죄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고속도로를 운행하는 자동차의 운전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행자가 있을 것까지 예견해 급정차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대비하면서 운전할 의무가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면서 “운전자가 제한속도인 시속 100km의 속력으로 운행했더라도 피해자가 1차로에 진입하기 이전에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예상할 수 없었다”며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 법원과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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