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2군 감독도 OK” 김재박이 현장복귀 원하는 진짜 이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3월 15일 05시 30분


‘개구리 번트’부터 한국시리즈 4회 우승, 그리고 ‘DTD’까지…. 김재박 전 감독은 한국야구의 이슈메이커였다. 지난해 내내 유소년 야구단을 돌며 재능기부에 몰두했던 그는 “2군 감독도 괜찮다. 현장에 돌아오고 싶다”는 진심을 털어놨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개구리 번트’부터 한국시리즈 4회 우승, 그리고 ‘DTD’까지…. 김재박 전 감독은 한국야구의 이슈메이커였다. 지난해 내내 유소년 야구단을 돌며 재능기부에 몰두했던 그는 “2군 감독도 괜찮다. 현장에 돌아오고 싶다”는 진심을 털어놨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김재박 전 감독(65)은 한국야구 최고의 이슈메이커 중 한 명이었다. 현역 시절 ‘개구리 번트’로 야구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김재박~류중일~이종범~박진만~강정호로 이어지는 ‘S급 유격수 계보’ 첫 머리에도 그의 이름이 있다. 감독으로 한국시리즈 4회 우승(현대 유니콘스)의 찬란한 역사와 함께 ‘DTD(Down Team is Down·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뜻의 비문)’이라는 명언(?)도 남겼다. 경기 감독관 시절에는 우천 취소를 둘러싼 팬들의 원성까지 받았다. 거치는 모든 자리마다 굵직한 발자취를 남겨온 그다.

2016년을 끝으로 경기 감독관에서 물러난 그는 전국을 돌며 아마추어 야구계에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최근 송파구 자택 인근 카페에서 만난 그는 “유니폼을 벗었지만 아직 기력이 넘친다. 야구계를 위해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어느덧 야구계 원로가 된 그에게 후배들에 대한 고언부터 미래 계획까지 들었다.

● 숱한 논란, 프로의식이 필요해!

-지난 2018년 내내 자비를 들여 아마추어 야구계에 활발한 재능기부 활동을 펼쳤다.


“초·중·고·대학 팀은 물론 독립리그까지 나를 필요로 하는 모든 곳에 달려갔다. 경기 감독관에서 물러난 뒤 2017년 1년간 쉬었는데, 야구계에 돌려줄 것이 아직 많다고 생각했다. 야구 기초부터 전술적인 부분은 물론 멘탈적인 부분까지 가르쳤다. 왜 야구를 해야 하는지, 프로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전했다. 한두 명이라도 그 의식을 갖고 프로에 입단한다면 더 바랄 게 없다.”

-2010년대 들어 선수들의 야구 외적인 사건사고가 워낙 많다. 프로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일까?

“그렇다. 나는 대학교 2학년 때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때부터 밖에서 밥 한 끼 사먹는 것도 신경을 썼다. 마음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 지금은 팬들의 두 눈은 물론 스마트폰의 카메라 렌즈까지, 보는 눈이 많아졌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조금 더 신중해져야 한다. ‘선배들이 일군 프로야구’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하지만 그렇게 야구 인기가 떨어지면 본인은 물론 후배들까지 피해를 입게 된다.”

-야구 외적 논란은 KBO리그는 물론 국가대표 팀도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해 선동열 감독을 둘러싼 해프닝을 보며 정말 마음이 아팠다. 그건 코미디라고 표현할 수조차 없는 일이다. 야구인이 국회에 출석해 심문에 가까운 질의를 받았다. 선동열 감독이 국가대표라면, 국회의원도 국민이 선출한 국가대표 아닌가. 어느 정도는 인정을 해야 하는데, 국회의원이 야구 대표팀 감독을 사퇴하라고 일갈하는 모습은 참으로 촌극이었다.”

● “2군 감독이라도 마다하지 않겠다”

2008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비롯해 한국야구의 르네상스로 이끌어지는 2000년대 후반은 다양한 리더십의 경연장이었다. ‘여우’ 김재박(LG), ‘노 피어’ 제리 로이스터(롯데 자이언츠), ‘벌떼 야구’ 김성근(SK 와이번스), ‘믿음의 야구’ 김경문(두산 베어스), ‘야왕’ 한대화(한화 이글스) 등 각기 다른 연령, 색채의 감독들이 리그를 다채롭게 만들었다. 하지만 최근 KBO리그는 감독, 코치가 가진 젊음의 가치를 높게 사고 있다.

-요즘 KBO리그는 꾸준히 보고 있나?

“당연하다. 현역 은퇴 후 수석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감독까지 쉴 틈이 없었다. 덕아웃끼리 싸움에만 신경 썼는데, 밖에서 야구를 지켜보니 안 보이던 것들이 보였다. 시야가 넓어지면 들어오는 것이 많을 수밖에 없다.”

-최근 감독들의 평균 연령이 점차 젊어지고 있다. 40대 초반에 감독이 됐던 입장에서 이를 어찌 생각하나?

“개인적으로 1995년 말에 창단 팀 현대 유니콘스 지휘봉을 잡으며 감독 생활을 시작했다. 만41세 때였다. 다행이 성적이 좋아 10년 넘게 유니폼을 입었지만, 성적이 좋지 않은 감독은 1,2년 만에 해고된다. 그렇게 되면 훌륭한 인재를 현장에서 다시 보기 힘들어진다. 개인과 리그 모두에 아쉬운 일이다.”

-감독, 코치는 물론 선수 출신 단장들까지 파격적으로 젊어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베테랑 감독’이 사라지고 있는 분위기에 아쉬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젊은 감독만의 매력도 있지만 장단점은 분명하다. 야구는 물론 세상 모든 영역에서 베테랑이 가진 경륜, 노하우는 무시할 수 없다. 매니저 역할의 감독은 젊더라도 선수들과 직접 부딪치는 각 분야 코치들은 노하우를 갖고 있어야 한다. 나이가 아니라 경험의 문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젊은 감독이 자신의 선배, 심지어 아버지뻘 코치와 호흡을 맞추기도 한다. KBO리그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다. 베테랑 코치는 감독을 보좌하는 힘이 된다.”

-41세 초보 감독 김재박은 이제 6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언젠가 기회가 닿는다면 다시 유니폼을 입은 김재박을 볼 수 있을까?


“아무것도 없던 내가 지금까지 사랑을 받고 살 수 있는 건 야구를 했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한 그 사랑을 되갚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솔직히 지금 내게 연봉 얼마를 받는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KBO리그에 보탬이 될 수 있다면 2군 감독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시리즈 4회 우승 감독이 2군을 맡는 모습이 쉽게 상상되지는 않는다.

“2군 감독은 하나의 예일 뿐이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을 생각이다. 프로 입단 직후 첫 1,2년은 선수에게 굉장히 중요하다. 그때 내가 가진 노하우로 좋은 선수가 되는 데 보탬이 된다면? 그들이 1군에서 활약하는 모습만 봐도 뿌듯할 것 같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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