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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생명자본주의 시대, 날치형 인간이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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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생명자본주의 시대, 날치형 인간이 성공”

이방실 기자 입력 2019-03-13 03:00수정 2019-03-13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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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 인터뷰
이어령 이사장은 “인공지능(AI)을 전쟁을 일으키거나 금융 무기로 활용하는 데 쓸 게 아니라 의료 로봇처럼 생명을 살리는 일에 적용해야 한다”며 “AI가 생명자본주의 관점에서 활용되면 이전엔 상상하지도 못했던 행복한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훈석 기자 oneday@donga.com
“새로운 시대는 ‘생명자본주의’의 시대다.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하나로 융합돼 ‘디지로그(Digilog)’가 이뤄질 때 새로운 생명자본이 탄생할 수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창간 11주년을 기념해 지난달 25일 만난 이어령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은 “이제는 산업화, 정보화가 아니라 생명화에 힘써야 할 때”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의 지성’으로 불리는 이 이사장은 경영의 미래에 대해 묻는 DBR의 질문에 “생명자본주의야말로 자본주의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역설했다. 생명자본주의는 물질이나 산업 기술이 밑천이 아니라 생명과 사랑, 공감을 원동력으로 삼는 자본주의를 말한다. 이 이사장은 “생명의 본질은 경계를 넘어 끊임없이 순환하는 데 있다”며 “생명에 대한 가치를 토대로 인류의 행복이 곧 상품이 되는 경제체제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DBR 268호(2019년 3월 1일자)에 소개된 이 이사장과의 인터뷰 핵심 내용을 요약한다.

○ 자본주의의 새로운 패러다임, ‘생명자본주의’

산업화, 정보화를 거치며 인류는 더 많은 재화를 생산하고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자연은 점점 훼손되고 있고 반(反)생명주의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공장에서 공해를 만들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일에 기술을 더 이상 사용해서는 안 된다. 생명자본주의 관점에서 기술을 생명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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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가 물질과학기술 발견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생명 발견의 시대다. 이제는 산업화 시대에 뒤로 밀려났던 의료, 교육, 농업, 복지, 엔터테인먼트 등의 분야에서 생명화를 실현해야 한다. 이때 생물체의 기본 구조와 특성, 원리 등을 산업 전반에 적용하는 생체모방(biomimicry)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훌륭한 산업 기술도 그 역사는 200여 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생명체의 생존 기술은 38억 년 동안 지속돼 왔다. 자연과 생물로부터 영감을 얻을 필요가 있다.

○ 문명사적 관점서 변곡점 가져올 인공지능

자연 생태계의 시스템은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법이 없다. 누군가의 배설물이 누군가의 먹이가 되고, 생명의 순환과 생식을 통해 모든 자원을 낭비 없이 재이용하고 재투자한다. 이처럼 생태계의 순환과 연결을 가능케 하는 것이 생명자본이며, 이는 곧 지혜(Wisdom·W)와 같은 말이다.

수렵채집 시대에서 농경 시대로 넘어가면서 인간은 지혜를 넘어 지식(Knowledge·K)을 필요로 하게 됐다. 그러다 산업화, 정보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네트워크화된 지식, 즉 정보(Information·I)가 문명을 이끄는 힘이 됐고, 이제는 클라우드 기술의 발달과 함께 데이터(Data·D)를 가진 자가 돈을 버는 데이터 자본주의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지혜→지식→정보→데이터(W→K→I→D)’의 순서로 발전해 온 문명사의 흐름은 오늘날 인공지능(AI)의 출현으로 정반대, 즉 ‘데이터→정보→지식→지혜’의 역순(DIKW 피라미드)으로 전환되는 변곡점을 맞이하게 됐다.

가령 지금은 지구상에 있는 수많은 암 환자 대상의 임상실험 데이터(D)를 AI로 분석할 수 있다. 분석의 주체가 사람일 때는 엄두도 못 냈던 일이지만 AI를 활용하면 의미 있는 정보(I)를 도출해 낼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의학 지식(K)을 만들어 낼 수 있고, 종국엔 보건 정책에 적용할 수 있는 지혜(W)와 통찰을 뽑아낼 수 있게 된다. 이는 과거 WKID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생명자본의 출현을 뜻한다.

○ 미래에 필요한 인재는 날치형 인간

물고기 중에 넙치, 참치, 날치는 모두 ‘치’자 돌림으로 끝나지만 생김새도 성격도 모두 다르다. 넙치는 정해진 영역을 벗어나는 법이 없다. 육상 동물로 치면 나무늘보와 같은 ‘게으름뱅이’다. 반면 참치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한시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헤엄친다. 어느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늘 이동하는, 소위 ‘유목민’과 같다. 마지막으로 날치는 ‘트랜스포머(transformer)’다. 바닷속 지느러미가 수면 밖에선 날개 역할을 하는 덕에 해수면 위로 높게 뛰어올라 30∼40초 이상 비행할 수 있다. 덕분에 날치는 바다 밖의 세상을 그 어떤 물고기보다 잘 볼 수 있다.

가만히 앉아 머리로만 생각하는 ‘넙치’형 인간이나, 잠시도 쉬지 않고 세계를 누비는 ‘참치’형 행동인은 이제 생존하기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생명자본주의 시대에 정말 필요한 유형은 ‘날치’형이다. 놀라운 변환 능력을 통해 바다 밖으로 힘차게 치솟아 올라 바다와 허공의 경계를 넘나들 때 생명화의 길을 걸을 수 있다.

○ 수렵채집 시대의 문화 간직한 대한민국

모든 문명의 출발점은 수렵채집 시대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21세기에도 수렵채집 시대의 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곳은 대한민국이 거의 유일하다. 가령, 나물을 캐 먹는다는 건 수렵채집 시대 때부터 있었던 일인데, 우리의 식탁엔 여전히 나물이 주된 반찬이다. 심지어 콩잎을 먹고 콩나물을 키워 먹는다. 서양에선 독초로 여기는 고사리도 나물해 먹는 사람들이 한민족이다. 이처럼 우리 문화에 풍부하게 내재돼 있는 생명자본을 기반으로 ‘DIKW 피라미드’ 경로를 선점한다면 한국은 생명자본주의 시대에 전 세계의 선두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dbr#생명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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