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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호강, 눈의 성찬… 라 푸라 델스 바우스의 ‘천지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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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호강, 눈의 성찬… 라 푸라 델스 바우스의 ‘천지창조’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입력 2019-03-05 03:00수정 2019-03-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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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센터인천에서 1일 공연된 라 푸라 델스 바우스의 ‘천지창조’는 정밀한 앙상블에 볼거리가 곁들여진 풍성한 감각의 향연을 제공했다. PRM 제공
눈의 성찬을 기대했는데 귀가 먼저 호강했다. 인천 연수구 아트센터인천에서 1일 공연된 스페인 카탈루냐 공연그룹 라 푸라 델스 바우스의 하이든 ‘천지창조’는 음색이 잘 어울리는 솔리스트들과 기량이 탁월한 악단, 좋은 소리를 가진 합창단이 정밀한 화음을 쌓아올린 무대였다.

바로크·초기 고전주의 음악 전문 앙상블인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은 김성진 지휘자의 리드 아래 매끈한 합주를 선보였다. 비브라토를 억제한 날씬한 현과 단단한 맬릿(북채)을 사용한 팀파니가 하이든 시대의 음색을 날렵하게 구현해냈고, 관악기는 1시간 50분 내내 한 점의 흔들림이 없었다. 오페라 전문 합창단인 그란데 오페라 합창단도 초기 고전주의의 발성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천지창조 여섯째 날, 난민들의 고통을 암시하는 무대 위로 유관순 열사의 옥중 모습이 펼쳐졌다. PRM 제공
소프라노 임선혜의 ‘에지 있는’ 콜로라투라 기교와 서늘한 발성은 공연 내내 귀를 즐겁게 했다. 베이스바리톤 토마스 타츨은 공명점이 높은 순수한 음색을 선보였고, 특히 테너 로빈 트리츨러와 앙상블을 이룰 때 절묘하게 어울리는 호흡을 이뤄냈다. 1700석 규모의 아트센터인천 콘서트홀도 ‘천지창조’를 담기에 잘 맞는 그릇이었다. 세부 음향이 살아나면서도 풍요한 울림을 이뤄냈다.

볼거리 면에서는 홍보의 중심이었던 9m 높이 크랭크와 1000L 수조보다는 오히려 풍선 36개가 효자 역할을 했다. 풍선들은 모이고 흩어지면서 무대 아래와 위, 2층 객석 바로 앞까지 공연장 전체 공간을 부지런히 오가며 프로젝션 조명과 멋진 하모니를 이뤘다. 공연 중간 풍선 두 개가 자리를 이탈해 무대 중간을 가로막은 건 옥에 티였다. 프로젝션 조명은 빅뱅을 연상시키는 빛의 폭발에서부터 행성들, 유전자, 동식물의 탄생과 생장 등을 효과적으로 묘사했다. 고통받는 난민들을 묘사한 철조망 이미지와 함께 유관순 열사의 모습이 투사되었다. 3월을 맞은 한국인들을 위한 배려 깊은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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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천지창조’ 가사나 성경과 무관한 ‘nature is the mother and daughter of herself’ 같은 추상적인 텍스트가 자주 투사돼 정보의 과잉으로 느껴졌다. 다채로운 감각과 메시지의 향연은 음악과 조형들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솔리스트들에게 ‘극한직업’을 체험하게 한 크랭크와 수조는 효과적인 장치였지만 무대 중앙에 붙박이로 배치돼 쓰임새가 한정적이었다. 전후좌우로 이동할 수 있었다면 더욱 효과적인 연출이 가능했을 법했다. 이 장치들 때문에 솔리스트들의 노래가 흐트러진다고 느껴지는 순간은 없었다. 가사(리브레토) 자막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이점보다는 아쉬움이 많은 결정이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라 푸라 델스 바우스#천지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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