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또 역사…방탄소년단, 한국 가수 최초 그래미 시상자 ‘우뚝’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1일 16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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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10일(현지시간) 열린 제61회 그래미어워즈 시상식에서 방탄소년단이 한국 가수 최초로 무대를 밟았다.

7명의 방탄소년단 멤버는 ‘최우수 R&B 앨범’ 부문 시상자로 조명을 받았다. 방탄소년단은 역대 그래미 수상자인 알레시아 카라, 존 메이어, 메건 트레이너 등과 함께 시상자로 나섰다. 리더 RM은 영어로 “한국에서 자라오면서 이 무대에 설 날을 꿈꾸어 왔다. 다시 돌아오겠다!”고 인사한 뒤 수상자 허(H.E.R.)의 이름을 호명했다. 방탄소년단은 이로써 ‘빌보드 뮤직 어워즈’와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까지 미국 3대 음악 시상식에 모두 초대되는 역사를 썼다.

보수성 논란에 시달려온 그래미는 파격 변신했다. 시종일관 여성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역대 최초로 사회를 흑인 여성, 가수 얼리샤 키스에게 맡겼다. 시상식 서두부터 가수 레이디 가가, 제니퍼 로페즈, 제이더 핀킷 스미스와 함께 미셸 오바마 전 영부인이 깜짝 출연했다. 오바마는 “음악은 언제나 제가 저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도와줬다”면서 “컨트리든 랩이든 록이든, 음악은 우리로 하여금 서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해준다”고 말했다.

축하 무대도 여성 음악가들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해 별세한 솔의 여왕 어리사 프랭클린에 대한 헌정을 비롯해 돌리 파튼, 다이애나 로스 같은 원로 여성 가수들이 쇼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자넬 모네, 세인트 빈센트, 허 등 전기기타를 든 여성 가수들의 강렬한 무대도 여럿 펼쳐졌다.

수상결과 역시 여성과 흑인 음악에 방점이 찍혔다. 최고 영예인 ‘올해의 앨범’ 트로피가 예상을 깨고 여성 컨트리 가수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에게 돌아갔다. ‘최우수 신인’은 영국 여성 가수 두아 리파가 가져갔다. 흑인 래퍼 겸 가수 차일디시 갬비노의 ‘This is America’가 ‘올해의 노래’와 ‘올해의 레코드’를 휩쓴 것도 이변이었다. ‘This is America’는 지난해 미국 사회의 위선을 충격적인 뮤직비디오와 함께 고발해 큰 화제가 된 곡이다. 갬비노는 고질적인 ‘화이트 그래미’(백인을 중시하는 그래미)에 반발해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시상식을 주최하는 미국리코딩아카데미의 닐 포트나우 회장은 그래미의 해묵은 보수성 논란을 의식한 듯 이날 무대에서 “사회적 문제가 있을 때마다 목소리를 높여온 여성 아티스트들에게 감사한다”고 언급했다.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는 “그래미는 올해 900명 정도의 투표 인단을 새로 뽑아 들이며 39세 이하, 유색인종 또는 여성이라는 조건을 걸 정도로 보수색을 탈피하려 노력했다”며 “방탄소년단의 출연도 흥행성과 다양성을 함께 노린 그래미의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고 했다. 웹진 ‘리드머’의 강일권 편집장은 “갬비노의 주요 부문 수상, 카디 비의 여성 솔로 래퍼 최초 ‘최우수 랩 앨범’ 수상은 의미가 크다”고 분석했다.

임희윤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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