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성폭력 대책, 발표만 서두른 체육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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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여성인권진흥원에 의뢰”… 진흥원측 “공식 협의 없었다”
선수촌 훈련 개시식 잠정 연기… 비공개 진행하기로 해 논란

대한체육회가 성폭력 관련 대책을 졸속으로 내놓아 논란이 되고 있다. 성폭력 관련 조사를 외부 기관에 의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해당 기관과는 사전에 업무 협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15일 이사회에 앞서 잇따른 체육계 ‘미투’ 폭로에 대한 대책을 발표하면서 “폭력, 성폭력 관련 사안 처리는 외부 전문기관, 시민·사회단체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등에 전격 기관 의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회장이 이날 유일하게 구체적인 기관명을 언급한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측과 공식적인 사전 협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본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 회장은 대책 발표 하루 전날인 14일 오후에 진흥원을 찾아가 체육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미투 폭로에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지 상의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공식적인 제안 및 결정은 없었다.

진흥원 관계자는 “대한체육회에서 진흥원을 방문했을 당시 시민단체, 분야 전문가, 관계부처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를 나눴다”며 “상의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공식적인 양해각서(MOU)를 맺거나 조사를 수락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일부 진흥원 직원은 15일 언론 보도가 나오고 나서야 이 내용을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인권진흥원은 여성가족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대한체육회 측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외부에 조사를 의뢰할 기관의 ‘예’를 든 것뿐”이라며 “현재 다수 기관과 조사 의뢰에 대한 내용을 조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대한체육회는 문화체육관광부, 진흥원은 여성가족부 산하로 정부 간 조율이 필요해 빠른 시간에 협의가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 회장이 진흥원을 방문한 시점은 8일 빙상 종목에서 성폭력 피해 폭로가 나온 지 7일 만이고 14일 전직 유도선수가 실명으로 미투 운동에 동참한 직후다. 대한체육회 측은 14일 이전에도 이 회장이 다른 여성단체 등을 찾아간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여성 인권 단체 등과 통화를 직접 하신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한체육회는 17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비공개로 열릴 예정이던 2019년도 국가대표 훈련개시식을 잠정 연기했다. 당초 대한체육회는 해마다 공개 행사로 개최하던 훈련개시식을 성폭력 사태를 이유로 들어 사상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해 선수촌을 은폐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난에 휩싸였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행사를 주관할 신임 선수촌장과 사무총장 인선을 매듭짓지 못해 미루게 됐다. 추후 일정은 다음 달 설 연휴 이후로 잡힐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는 31일 이사회를 다시 열어 15일 발표하려다가 미룬 신임 선수촌장과 사무총장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원주 takeoff@donga.com·김종석 기자
#스포츠 성폭력 대책#여성인권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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