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도주 신고 왜 늦었나?…“범죄 여부 법리 검토하느라”

  • 뉴스1
  • 입력 2019년 1월 11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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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구속 선고 20대 방청석 나와 곧바로 도주
청주지법, 100분만의 늑장신고 해명에 따가운 여론

11일 오전 충북 청주상당경찰서에서 전날 청주지법에서 법정구속 절차 과정 중 도주한 A씨(23)가 경찰 조사를 마친 뒤 유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9.1.11/뉴스1 © News1
11일 오전 충북 청주상당경찰서에서 전날 청주지법에서 법정구속 절차 과정 중 도주한 A씨(23)가 경찰 조사를 마친 뒤 유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9.1.11/뉴스1 © News1
실형 선고로 법정구속 절차를 밟다가 달아난 20대와 관련해 청주지법이 내놓은 해명을 두고 여론의 질책이 잇따르고 있다.

안일한 상황 대처와 함께 ‘늑장신고’가 논란이 되고 있지만, 해명이 선뜻 납득하기도 힘들고 되레 궁색하게 비춰지고 있어서다.

1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청주지법 4층 423호 법정에서 재판을 받던 A씨(23)가 달아난 것은 전날 오전 10시30분쯤이다.

A씨는 이날 공동상해죄와 상해죄로 각각 징역 8개월과 징역 4개월을 선고받아 법정구속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A씨는 법정구속 집행과정에서 방청석에 있던 휴대전화 등의 소지품을 챙기는 척하다가 법정을 빠져나가 그대로 도주했다.

공판이 열리는 법정은 판사와 공판 검사, 변호인과 피고인 등의 자리가 있는 재판정과 방청석이 허리 높이 정도의 목조 구조물로 구분돼 있다.

법정구속이 선고된 A씨는 법정에서 구속통지서 발송인 지정 등 간단한 절차만 거친 뒤 구금됐어야 한다.

하지만 A씨는 별다른 제재 없이 방청석으로 나와 그대로 법정을 빠져나갔다. 이어 계단을 통해 4층에서 1층으로 내려와 검문검색대를 통과해 법원 밖으로 도주했다.

법정 내 보안을 책임지는 직원이 뒤늦게 1층 검문검색대에 연락을 취했을 때 A씨는 이미 건물을 벗어난 상태였다.

법원의 법정 피고인 관리와 돌발상황 발생에 대한 직원 간 공조 등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늦어진 법원의 경찰 신고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법원은 A씨가 도주한 지 1시간40분이 지나서야 경찰에 신고했다.

청주지법은 당시 A씨의 구속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었고, 구금 상태가 아닌 A씨의 법정 이탈을 도주로 봐야할지 법리검토 등을 하느라 신고가 늦어졌다는 입장이다.

법정구속을 하려면 청문절차가 끝나야 하는데, 이때 도주한 피고인을 붙잡을 수 있는 근거 등에 대한 법리검토와 다른 법원 사례 등을 확인한 뒤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A씨가 법정을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직원 폭행 등 범죄로 판단할 만한 행위가 없었기 때문에 곧바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게 법원의 주장이다.

법원 관계자는 “이번 문제에서 신고는 쟁점이 아닌 것 같다”며 “범죄가 발생하면 당연히 신고해야겠지만, A씨가 법정을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범죄로 판단할 행위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 대비한 매뉴얼이 있지만, 보안 사안이어서 공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법원의 대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수사기관과 법조계 내부에서 조차 나오고 있다.

수사기관 한 관계자는 “유죄로 판단돼 법정구속을 앞둔 피고인이 도주했다면 무엇보다 빠른 신고가 상식적인 판단”이라며 “법리검토 등을 이유로 신고가 늦었다는 법원의 설명은 설득력이 상당히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도 “다른 사건의 법정구속의 경우와 비교했을 때 법원에 귀책이 분명히 있다”며 “법리검토나 절차를 따지기에 앞서 사안의 경중을 살펴 판단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A씨는 도주 30시간 만인 11일 오후 3시35분쯤 청주상당경찰서를 찾아 자수했다. 그는 “(구속되는 것이) 무서워서 도망갔다”고 말했다.

(청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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