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끝난 고3 방치” 유은혜 발언에 학교현장 ‘부글부글’

  • 뉴스1
  • 입력 2018년 12월 20일 15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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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강릉 펜션사고 계기 수능 후 고3 학사관리 전수조사
학교현장 “사고 원인 왜곡”…비판 여론 커지자 몸 낮춰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0일 오전 강릉 펜션으로 우정여행을 떠났다가 참변을 서울 대성고 3년생 3명의 빈소를 찾은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2018.12.20/뉴스1© News1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0일 오전 강릉 펜션으로 우정여행을 떠났다가 참변을 서울 대성고 3년생 3명의 빈소를 찾은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2018.12.20/뉴스1© News1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고등학교 3학년 교육과정 운영 전수조사와 개인체험학습 실태 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수능 종료 이후 학사 일정 기간 강원 강릉으로 개인체험학습을 떠났다가 참변을 당한 서울 대성고 3학년 학생들의 사고를 계기로 고3 말 학생 방치 여부와 교외 개인체험학습 문제를 들여다보겠다는 의도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학교 현장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고의 원인은 사고 현장의 안전 시설 미비인데도 유 부총리가 마치 학교와 교사의 책임으로 돌려 사안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20일 교육부에 따르면, 유 부총리는 전날 수능 이후 한달 여간 마땅한 교육 프로그램 없이 고3 학생들이 방치되고 있는지를 전수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체험학습 명목으로 고교생이 장기 투숙하는 여행이 있는지 신속하게 점검하겠다고도 했다. 또 학교장이 학생들의 교외 개인체험학습에 대한 철저한 안전 점검을 확인한 뒤 이를 승인하도록 당부했다.

지난 18일 서울대성고 3학년 학생 10명이 강원 강릉으로 개인체험학습을 떠났다가 참변을 당한 게 계기가 됐다. 당시 한 펜션에서 숙박 중이던 이들은 건물 내 가스보일러에서 누출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이 중 3명은 숨졌고 7명은 치료를 받고 있다.

유 부총리는 “교육부는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기관이 해야 할 일을 철저히 다시 챙길 것”이라며 “외형은 성인이지만 여전히 어른과 사회가 챙겨야 할 청소년인데도 우리 학교가 설마라고 생각하면서 아이들을 방치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현장에서는 이런 유 부총리 발언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애먼 학교와 교사에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송원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대변인은 “비록 희생자들의 신분이 학생이라 하더라도 사고 원인은 숙박시설의 안전관리 미비이며 그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은 지방자치단체와 상급기관인 행정안전부로 귀속되는 것이 상식”이라며 “단지 희생자의 신분이 학생이라는 이유로 학교와 교사에게 무한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송 대변인은 또 “현재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등 법령에 따라 요건을 갖춰 개인체험학습을 신청할 경우 이를 허용하고 있고 교육당국도 그동안 학생들의 다양한 체험학습 기회를 위해 이를 적극 권장해왔다”며 “해당 학교에서 법령이 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체험학습을 허용했다면 책임을 추궁할 문제도 전혀 아니다”고 덧붙였다.

정성식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도 “학교와 교사가 학생 방치를 했다는 식의 유 부총리의 발언에 현장은 상처를 입는다”며 “그보다 유 부총리는 사회부총리로서 숙박업소 안전실태를 전수조사하고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관련 부처에 촉구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유 부총리는 이날 숨진 학생들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학교와 교사들의 책임을 묻고 개인체험학습을 위축시키거나 금지하겠다는 게 아니라 기본적인 안전 점검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관련 점검을 보다 세심하게 했으면 한다는 뜻에서 요청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학교현장에서 아이들과 생활하고 따뜻하게 살펴주는 선생님들이 마음의 고통과 상처를 받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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