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피의사실 비공개’ 방안 추진…검찰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5일 20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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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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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피의자의 피의사실 공개를 원칙적으로 가로막는 규칙을 법무부가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법무부는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인 올 7월 말 초안을 마련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검찰에서는 법무부가 부적절한 시점에 사회적 합의없이 훈령 개정을 강행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수사공보 준칙’을 ‘공개금지 훈령’으로

법무부가 추진하는 새 훈령은 이름부터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칙’이다. 내용도 법무부가 마련해 2010년 4월부터 시행 중인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을 전면 개조하는 수준으로 바뀐다. 수사공보규칙이 공개할 수 있는 수사내용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었다면 새 훈령은 피의사실의 공개범위를 수사 중, 기소 전, 기소 후 등으로 나눠 전방위적으로 축소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동아일보가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법무부의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안)’에 따르면 피의자가 명시적으로 동의하는 내용의 서면을 제출하는 경우에만 피의자 소환 등을 촬영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기소 전엔 수사 내용 공개가 불가능하고, 기소 후에도 피고인 죄명 기소일시 기소방식만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법무부 장관이 수사 내용을 유포한 검사를 감찰 지시할 수 있는 규정도 신설했다.

법조계에서는 피의사실 공개 범위를 줄여야 한다는 논의가 이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조 장관이 이끄는 법무부가 피의사실의 공개범위를 축소시키는 안을 추진하면서 그 배경을 놓고 의구심을 가진 시각이 많다. 특히 새 안은 법률이나 대통령령이 아닌 법무부 훈령으로 준비되고 있다. 국회 차원에서의 논의나 국무회의 의결 등의 절차없이 조 장관의 서명만으로 시행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건 훈령 개정의 혜택을 가족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조 장관이 가장 먼저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검찰 내부에선 여권에서 피의사실 공개 문제를 먼저 꺼내들고, 조 장관이 새 훈령을 직접 개정하며 검찰을 우회적으로 통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8일 경 법무부와 당정 협의를 열고 피의사실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서울지역의 한 부장검사는 “현재 조 장관과 장관 부인이 이해당사자인 수사 상황에서 공보를 금지한다는 게 말이 되냐. 조 장관을 위한 훈령 개정으로 검찰에 압박을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10년 전과 달리 공개적 의견 수렴 없어

법무부가 7월 말 대검에만 비공식적으로 의견 수렴 했다는 점도 논란 대상이다. 적극적으로 관련자들의 의견 수렴을 나섰던 예전과 달리 여당과의 협의만으로 빠른 추진을 하려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 수사 직후인 2009년 6~9월 법무부가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을 개정할 땐 학계, 언론계, 법조계 인사들이 참여한 수사공보제도 개선위원회를 5차례 열며 공개적으로 의견 수렴을 했다. 법무부는 2010년 4월부터 이 훈령을 시행했다.

그러나 현재 법무부는 대검에만 비공식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검은 조 장관 일가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지기 직전인 8월 말 법무부에 “권력형 비리를 감시하고 언론 취재 환경 등을 고려해 폭넓은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사회적 관심이 쏠리는 수사일 수록 외압 논란이 커지기 때문에 언론 보도를 통해 수사에 대한 공정성을 확보해야한다는 취지다.

오보에 대응할 수 없어 ‘가짜뉴스’가 범람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새 훈령엔 오보를 방지하는 방안은 빠져있고, 오보 후에도 검찰이 오보라는 것만 답변할 수 있어 정확한 사실을 알리는 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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