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고원지대

백두산에 첫발을 디뎠던 1990년 전후에는 그저 흙과 돌뿐인 길을 걷고 또 걸어서 서파의 천지에 올랐다. 그때 힘겹게 오르던 흙길은 돌계단이 되었고 그때 만났던 식물들은 씨앗이 되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다시 씨앗이 되고 새싹이 되고 꽃을 피우는 순환을 되풀이하며 이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고원지에 아름답게 피어있다. 돌계단이 끝나는 곳에 천지가 있다. 천지를 오르는 계단 너머에는 백두산의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식물들이 거의 모두 모여있다고 할 수 있을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서부고원지대는 천지바깥의 전석지까지 식물들이 자라고 있으며 서부고원에서 북부고원에 이르는 그 기나긴 고원지 정상에 8월이오면 산용담의 흰꽃이 그곳을 걷는 사람과 함께 한다. 고산초원을 벗어나 사스래나무로 이루어진 수목한계선 부근으로 내려가는 고원지에는 구름국화의 군락이 펼쳐진다. 서부고원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고산화원’. 화려하고 세련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고원의 꽃밭에는 큰원추리, 붓꽃, 바이칼꿩의다리, 박새등이 큰 무리를 이루고 있으며 시원하게 뽑아올린 긴 꽃줄기끝에서 잘생긴 꽃들을 끊임없이 피워낸다.

침엽수와 활엽수의 혼합림으로 이루어진 숲속 초원에는 손바닥난초, 개불알꽃, 털개불알꽃, 나도제비난등의 난초과 식물들이 많고 비슷한 시기에 싹이 터서 어두운 그늘을 만들어 줄수 있을 만큼 자란 침엽수림 아래에서는 늘푸른 작은키나무인 린네풀이 무리지어 자란다. 또 이곳은 작은 웅덩이에서 큰 호수까지 두루두루 갖추어져 있으며 자작나무가 우거진 낮은 지역의 습지에서는 산부채, 능수쇠뜨기, 선갈퀴등이 무리를 이루고 있으며 높은 지대의 습지에는 검은겨이삭, 백산새풀, 수염풀, 좀바늘사초, 황새풀, 큰황새풀,등의 사초류와 함께 부채붓꽃, 동의나물, 산제비난초, 물속새, 노루발풀등이 함께 어울린 독특한 식생이 형성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