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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의 도발] ‘차이나게이트’ 주시하되 反中은 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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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의 도발] ‘차이나게이트’ 주시하되 反中은 반대다

김순덕 대기자 입력 2020-03-05 19:18수정 2020-03-0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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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조선족 댓글부대라는 게 있겠어? 신문 칼럼 ‘청와대가 펄쩍 뛴 차이나게이트’ 관련 자료를 찾을 때만 해도 중국의 선거 개입이 세계적 이슈라는 걸 미처 몰랐다. 중국의 사이버전(戰)부터 시작해 이리저리 구글링해보니 ‘디지털 선거 개입’은 프리덤하우스에서 2019년의 주요 현상으로 다룬 심각한 문제였다.

미국의 싱크탱크 ‘프리덤하우스’에서 분석한 디지털 선거 개입 관련 자료. 프리덤하우스 홈페이지 캡처



“디지털 플랫폼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신종 전쟁터다.” 이렇게 시작하는 프리덤하우스 보고서가 맨 앞에 예로 꼽은 것이 중국이었다. 호주 연방선거 석 달 전인 2019년 2월, 중국 정부가 호주 의회와 주요 정당 세 곳의 컴퓨터 네트워크를 사이버공격 했다고 호주 정보기관이 발표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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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통전공작, 국가안보실이 모를까?

디지털 시대, 사이버공격은 전쟁의 새 문법이라고 본다. 진짜 심각한 건, 아닌 척하면서 야금야금 남의 나라를 잡아먹는 중국의 사회주의혁명식 통일전선전술이다. 투명하고 당당한 외교가 아닌, 공작정치 같은 공작외교 말이다.

미국 의회 산하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는 2018년 8월 24일 ‘중국의 해외 통일전선 공작’ 보고서를 발표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이나 국정원 등 관계기관에서 숙독하지 않았다면 자폭하기 바란다. 구글 창에 China‘s Overseas United Front Work만 치면 바로 뜨는 이 39쪽짜리 영문 자료를 찾아보고, 한국에선 중국이 어떻게 해왔을지 문제의식을 갖지 않았다면 당신들은 국록을 먹을 자격이 없다.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대만을 집중 조사한 이 보고서는 중국공산당 중앙통일전선공작부가 온갖 투명하지 못한 방식으로 정관계 인사에게 접근해 중국의 영향력을 극대화시켜 왔음을 낱낱이 분석해 놨다. 선거 개입은 그 일부다.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가 발간한 ’중국의 해외 통일전선 공작‘ 보고서 표지.


● 미안하지만 경향신문, 잘못 보셨다

5일 오후 경향신문 인터넷판은 <’차이나게이트‘ 군불 때는 보수…코로나 이후 ’혐오정서‘에 편승>이라는 기사에서 내 칼럼을 거론했다. 미안하지만 나는 군불을 때는 게 아니다. 중국 혐오 정서에 편승할 생각도 없다. 오히려 조선족과 중국에 대한 반중(反中)정서가 생기는 것을 진심으로 반대한다.

나는 중국이 해외에서 통전 공작을 벌인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대통령 행사가 탁현민의 연출임을 알고 나니 광채가 사라지듯, 일단 알면 대처할 수 있다.

미국이 2018년 외국영향력투명화법안, 고등교육스파이 및 절취금지법을 만든 것도 보고서의 영향이 크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최근 주지사회의에서 “중국공산당이 미국의 지방정부 구석구석까지 침투해 정치적 영향력을 뻗치려 하고 있다”고 경고했는데, 이 보고서를 보면 경각심이 안 생길 수가 없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발언을 보도한 뉴스와이어 기사.


● 외국영향력투명화법 필요하다

보고서가 나온 뒤 호주의 맬컴 턴불 총리는 “중국과의 합법적 문화교류를 반대하지 않지만 은밀하고, 강압적이고, 부패한 방식으로 전개하는 통전공작은 단호히 거부할 것”이라고 국민 앞에 밝혔다. 이미 반(反)외국간섭법을 두고 있는 호주는 국가보안법개정안(간첩활동 및 외국관여법), 외국영향력투명화법을 발효시켜 더는 중국이 호주에 검은돈과 영향력을 뿌리지 못하게 했다.

뉴질랜드에선 중국 인민해방군 정치공작부 출신이 과거를 감추고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사실이 드러나 충격파를 안겼다. 중국이 의도적으로 뉴질랜드에 이민을 보내고, 현지 사회단체를 장악하게 만든 다음 정계에 진출시킨 건 물론이다.

뉴질랜드는 외국 기부금 상한선을 1500NZD(약 120만 원)에서 50NZD(약 3만7000원 너무 적죠?)로 대폭 낮추는 것으로 외국 자금 특히 중국공산당의 정치헌금이 2021년 선거에서 힘을 못 쓰게 정비를 했다.

● 中 통전부가 한국에선 놀고 있겠나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대만에서 열심히 뛰는 중국 통전부가 우리나라에서만 손가락 빨며 놀고 있을 리 없다. 어찌 보면 중국공산당은 시진핑의 중국몽을 위해 음지에서 충성을 다하는 것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런 중국의 의도를 뻔히 알면서 사적(私的) 이익을 위해 친중 정책이나 사업을 강행하는 정치판이다. 순결한 척하는 그들이 음성 자금이나 이권을 챙긴 게 없는지 의심스러워서다(이쯤 되면 차이나게이트다).

대만의 집권 민진당은 중국공산당의 통전공작에 2018년 11월 지방선거에서 패배했다. 불행 중 다행일지, 그때 통전공작이 드러나는 바람에 미 국방부가 다음 선거를 지켜주겠다고 나섰고 올 1월 미국과 공조함으로써 차이잉원 총통은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다.

● 대만에서 딱 걸린 중국 댓글부대

구글에서 50 cent party를 치면 주르륵 뜰 정도로 중국의 댓글부대는 유명하다. 중국은 대만도 같은 한자를 쓴다고 안심한 모양이지만, 중국이 번잡한 획수를 줄여 간체화(簡體化)해서 쓰는 반면 대만은 옛날 그대로인 번체(繁體)를 쓴다.

대만사람인 척하고 중국인 댓글부대가 퍼부은 악플이 딱 걸린 것도 이 때문이다(지금 우리나라에서 ’나는 개인이오‘ 같은 조선족의 말투가 딱 걸린 것과 닮은꼴이다). 대만에서 벌어지는 중국의 댓글공작이 대한민국에는 절대 없다고 믿을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 곁에 있는 중국 교포나 중국 유학생들에 대해 나쁜 감정을 갖지는 말았으면 한다. 설령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을 가장한 댓글부대라 해도, 중국에서 돈을 주니까(또는 애국심을 보여야 하니까) 악플을 다는 것이지 사람이 나빠서는 아닐 것이다. 우리도 남의 나라에서 살 때 차별받으면 분하고 억울한데 그들도 그렇게 만들어선 안 될 일이다.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죄(罪)지, 중국인에게 무슨 죄가 있겠나.

● 좋은 정부 만나 착하게 살고 싶다

중국이 우리나라에 하는 짓은 무섭고 화가 나지만 그렇다고 나라를 옮길 순 없다(이건 일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통전공작은 중국공산당이 하는 짓이므로 중국이 민주화되면 달라질 것이라고 믿고 싶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그래서 중요하다. 반일(反日), 반미(反美)가 국익에 도움 되지 않듯이 반중(反中)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사방에서(심지어 북한조차), 아무나 흔들어대는 나라가 됐지만 여기서 대한민국의 국운이 다하진 않을 것이다. 나라가 부강해지면 아무나 흔들어댈 리가 없다. 내 평생 이토록 나라걱정 해보기는 처음이라는 사람들이 요즘 적지 않다.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많이 배웠다.

투표 잘해 좋은 정치 만날 때까지 아무쪼록 강하고도 착하게, 잘 버텨야 한다. 우선 코로나19부터 이겨내고!

김순덕 대기자 dob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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