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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의 도발]희망찬 ‘역사의 교훈’을 찾는다면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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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의 도발]희망찬 ‘역사의 교훈’을 찾는다면Ⅱ

김순덕 대기자 입력 2020-01-04 14:00수정 2020-01-0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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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 새해는 아니어도 새해는 새해다. 새해 첫 도발을 절망적으로 끝낼 순 없어 문명사학자이자 철학자인 윌 듀란트가 쓴 ‘역사의 교훈’을 들여다봤다. ‘문명이야기’ 11권의 대작을 집필한 뒤 1968년 전체를 통독하며 얻은 깨달음을 적은 책이니 손톱만한 희망이라도 찾고 싶었다.

‘역사의 교훈’ 저자인 미국 작가이자 역사학자 윌 듀란트. 윌듀란트재단 홈페이지

● 혁명지도자의 감춰진 동기는 경제다

역사에 대한 가장 강력한 관찰이 담겼다는 ‘경제와 역사’ 부분은 “카를 마르크스에 따르면 역사는 활동 중인 경제다”로 시작한다. 트로이를 향해 1000석의 함선을 띄운 것은 아름다운 헬레네 때문이 아니라 경제적 야심 때문이고, 프랑스혁명도 루소의 영향이 아니라 중산층이 사업과 무역을 위한 법적 자유와 정치적 권력을 열망했기 때문에 일어났다는 대목에서 눈이 번쩍 했다.
이탈리아 화가 자친토 캄파나가 1631년 경 그린 ‘납치되는 헬레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트로이로 납치된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를 구하기 위해 트로이 전쟁이 시작됐다. 위키미디어



혁명이든 쿠데타든, 거룩한 명분 뒤에 감춰진 동기는 경제라는 것이 듀란트의 혜안이다. 법무장관을 지낸 조국이 보여주듯, 한때 민주화를 외쳤다는 사람들이, 그들이 비난해마지 않는 반칙과 특권의 보수도 아니면서, 어찌 그리 대놓고 돈과 재물을 밝히는지 나는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대통령의 동네 약사부터 30년 절친까지 전리품 차지하듯 공직을 나눠먹는 모습은 인간에 대한 신뢰마저 상실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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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통달한 듀란트의 깨달음을 접하니 우습게 이해가 된다. 문재인 정부의 조직과 예산이 왜 자꾸 커지면서 친문인사들이 곳곳에 빨대를 꽂는 건지, 태양광부터 남북철도 같은 ‘좌파 비즈니스’를 왜 그리 극렬히 밀어붙이는지도. 이 좋은 ‘국가라는 황금거위’를 놓칠 수 없어 그들에게는 장기집권이 절실한 거였다.

● 富의 집중과 재분배가 경제의 역사

역사에서 부의 집중은 정기적으로 드러나는 현상이라고 듀란트는 지적했다. 모든 경제시스템은 개인이나 집단의 이윤 동기에 기댄다는 것이 역사적 경험을 통해 입증된 사실이다. 사람은 똑같은 능력을 갖고 태어나지 않기에 부의 불평등 뿐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불평등은 문명의 복잡성과 더불어 더욱 커지게 돼 있다.

자유와 평등은 슬프게도 영원한 적(敵)이어서 부의 집중은 도덕과 법이 허용하는 경제적 자유에 비례한다. 그러다 심각한 상황까지 치달으면 부를 재분배하는 정권, 또는 가난을 재분배하는 혁명이 주기적으로 나타난다. 불평등이 커지는 것을 감시하려면 1917년 러시아처럼 자유를 희생시켜야 한다.
볼셰비키 혁명 당시 연설하는 블라드미르 레닌. 출처 위키미디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싸움도 부의 집중과 분산으로 나타나는 역사의 리듬이라고 했다. 로마제국 때도, 송나라 왕안석 때도 사회주의가 등장했다. 그러나 사회주의는 돈이 너무 많이 들어 오래 못 간다는 것이 듀란트의 결론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줄 돈이 늘면서 이를 관리할 관료도 늘어나는데 권력이 커지는 만큼 부패까지 늘어나 세금이 오르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은 일할 동기와 돈 벌 동기를 잃게 돼 경제와 더불어 정권이 무너진다는 거다.

● 지도자의 진취성이 희망이라는데

“한 세대의 평화만 주어져도 소련의 공산주의는 인간 본성에 의해 무너질 것”이라고 했던 듀란트는 소련 붕괴(1991년)를 못 본 채 1981년 눈을 감았다. 역사의 첫 번째 생물학적 교훈은 ‘삶이 경쟁’이라는 점이고, 사회는 이상(理想)이 아니라 인간 본성 위에 세워진다는 그의 용감한 지적에 경의를 표한다.

로마제국이나 20세기 소련이나 지금의 한국이나, 인간 본성과 인간이 움직이는 동기는 다르지 않다. 반란에 성공한 이들이 정권을 잡은 뒤 자기네가 비난을 퍼붓던 권력자들과 똑같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법적 정의와 평등한 기회를 통해 모든 잠재능력이 발전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사회가 경쟁에서 생존한다고 듀란트는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는 부를 재분배한 현명한 정권이 될지, 가난을 재분배한 혁명정부로 기록될지는 알 수 없다. 집권당에서 연일 ‘사회적 패권 교체’를 입 밖에 내는 걸 보면 안타깝게도 현명한 것 같지는 않다.

오직 지도자의 상상력과 진취성, 그리고 추종자들의 근면함만이 가능성을 현실로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이 역사의 교훈이 2020년 대한민국에 희망이 됐으면 한다.

김순덕 대기자 dob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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