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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의 도발]연금사회주의?…‘좌파경제’로 성공한 나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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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의 도발]연금사회주의?…‘좌파경제’로 성공한 나라는 없다

김순덕 대기자 입력 2019-03-28 14:32수정 2019-03-2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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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국민연금이 ‘연금사회주의’의 진면목을 드러냈다. 정부에 찍힌 재벌총수 조양호의 대한항공 경영권을 사실상 박탈한 것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동아일보DB


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표는 결정적이었다. 재벌 총수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로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해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초유의 사태다.

●‘땅콩 갑질’로 미운털 박힌 대한항공


물론 대한항공은 조 회장 딸 조현아(사진)의 ‘땅콩 회항’부터 그 일가의 온갖 갑질이 줄줄이 드러나 국민적 지탄을 받긴 했다. 그러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 국민의 노후자금을 불려야할 국민연금이 2018년 수익률 -0.92%이라는, 제도 시행 이래 최대 손실을 본 것부터 문책해야 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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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동아일보DB


재계는 얼어붙었다. 당장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국민연금이 민간기업의 경영권을 좌지우지하게 된다는 연금사회주의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있는 만큼 신중했어야 하는데 아쉽다”는 입장문을 내놨다(그러나 배상근 전무 명의다. 정부가 전경련을 ‘패싱’하고 있어 최대한 신중하게…).

연금사회주의란 정부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국민연금이 경영참여 등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통해 기업들을 결국 정부 통제 아래 둔다는 것을 뜻한다.

●정부가 국민연금 장악한 곳은 한국뿐

일부 친여 매체와 인사들은 “반대표를 던진 캐나다연금(CPPIB)도 연금사회주의냐?”고 오늘도 비웃었다. 국민연금에서 ‘사회주의’ 단어를 떼어내고 싶은 모양이지만 웃기는 소리다. 세계 주요연기금 중 의사결정기구의 수장이 행정부 관료인 데는 한국밖에 없다.

국민연금공단 사옥. 동아일보DB


문재인 대통령은 1월 “정부는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대해선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하겠다”고 했다. 국민연금을 정부가 장악하고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국민연금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이 복지부 장관이다. 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구에서 전문가들이 운용하는 선진국 연기금과는 차원이 다르다.

정부가 국민(연금)의 이름으로 민간기업의 대표도 갈아 치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한국은 (연금)사회주의 쪽으로 성큼 다가서게 됐다. 거칠게 말하자면, 앞으론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재벌의 국영화, 노영(勞營化)도 가능해졌다.

●권력이 경제를 장악하면 경제는 죽는다

팔순을 바라보는 노(老) 경제학자 박동운 단국대 명예교수는 “좌파경제로 성공한 나라는 없다”고 단언했다. 1957년 스푸트니크 위성을 쏘아 올려 미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소련도 개국 70년도 못가 망했다.

빵을 사려고 줄을 선 옛 소련 사람들. 인터넷 캡처


좌파는 사회주의 자체가 실패한 건 아니라고 믿고 싶은지 꼭 ‘현실 사회주의’가 무너졌다는 식으로 말한다. 현실이든 환상이든 사회주의 소련이 망한 원인은 어느 정도 규명돼 있다.

과잉된 중앙집권화, 경제활동의 동기부여 부재, 소비재의 낮은 품질, 경쟁의 부재로 인한 혁신활동 소멸 등이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꼽은 원인이다. 쉽게 말해 당(黨), 즉 권력이 경제를 장악하면 경제는 죽는다는 얘기다.

●거꾸로 정책만 고집하는 문재인 정부

경제를 틀어쥐고 거꾸로 가는 정책만 고집하는 정부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박동운이 최근 낸 책이 ‘위대한 7인의 정치가’다.


싱가포르의 리콴유(李光耀), 대한민국의 박정희, 중국의 덩샤오핑(鄧小平), 영국의 마거릿 대처,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까지 집권 순서대로 7명을 분석했다.

허허벌판에서 손가락 빨고 있거나, 다 망해서 손가락 빨게 된 경제를 정치를 통해 살려내고 국가와 세계를 바꾼 국가지도자들에게는 성공 비결이 있었다. 정부가 뛰는 대신 시장이 뛰게 하는, 그러니까 한마디로 하면 시장경제이고 두 마디로는 개혁과 개방이다.

●위대한 지도자는 시장경제로 갔다

리콴유는 사회주의를 신봉했던 리더였다. 모두가 자기 몫을 갖게 해준다는 점에서 사회주의가 옳다고 여겼지만 개인적 동기와 보상이 없으면 경제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시장경제로 돌아섰다.

경제 개발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1930년대 싱가포르 풍경. 인터넷 캡처


가난한 나라가 경제를 발전시키는 길은 미국의 다국적기업들을 유치하는 것이고(개방), 그러려면 구조개혁, 법인세율 인하, 노동시장 유연화 등 기업하기 좋은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개혁) - 이 공식은 싱가포르는 물론 한국과 중국에 적용됐고 일단 성공했다(문재인과 시진핑 전까지는).

대처와 레이건은 1970년대까지 노조천국, 복지만능 식의 좌파경제로 치달은 나라를 탈규제, 민영화 등 구조개혁을 통해 시장경제로 되돌린 지도자였다.

●신자유주의로 재정위기 벗어난 아일랜드

그 결과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게 아니냐고 좌파는 목청을 높일 것이다. 그럼 20여년 뒤 금융위기 터지지 말라고 정부가 경제를 틀어쥐고 있다가 소련처럼 망해야 옳단 말인가?

글로벌 위기 여파로 2010년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던 아일랜드가 2013년 구제금융을 졸업하고 화려하게 부활한 것도 좌파가 치를 떠는 ‘신자유주의’ 개혁을 통해서였다.



재정건전화와 구조조정! 우리도 징글징글하게 해냈고, 문재인 정부와는 정반대인 IMF 요구사항을 이행해 2014~2017년 연 평균 12.7% 눈부신 성장을 했다.

공무원임금 14% 삭감 등으로 정부 지출을 줄이고 최저임금 12% 삭감, 사회연대협약 폐지 등으로 노동비용을 줄이는 제도개혁으로 해외투자자 유치, 수출확대에 성공한 것이다(강유덕 ‘경제위기 이후 아일랜드 경제의 회복과 그 요인에 관한 연구’)

●헌법에 명시된 경제질서는 시장경제다

결국 경제에선 국가나 사회가 아닌,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해야 나라가 잘 살 수 있음을 역사가, 세계가 보여준다(그 결과 생겨나는 경제적 불평등은 선별적 복지로 균형 잡는 것이 선진국 흐름이다).

헌법 119조.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를 내다본 듯, 우리 헌법 119조 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일찌감치 명시했다.

박동운은 ‘위대한 7인의 정치가’에서 “1962년 헌법에 국가 경제체제로서의 시장경제를 못박은 것이 박정희였다”고 적었다. 반(反)시장정책으로 나라를 가난하게 만들어 사회주의로 몰고 가려는 게 아닌지, 걱정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dob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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