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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의 도발]공적 마스크가 드러낸 ‘문재인 사회주의’

김순덕 대기자 입력 2020-03-08 14:30수정 2020-03-0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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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부터 또 하나의 새로운 나라가 시작된다. 정부가 마스크 생산과 유통, 판매와 분배까지 100% 관리하는 문재인표 사회주의다.

단순히, 저렴한 마스크를 골고루 쓸 수 있도록 하는 차원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어떤 사람은 여러 차례 줄서서 기다려도 구입하지 못하고, 어떤 사람은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으로 구입해야 하는 불평등한 상황을 반드시 개선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정한 공급처에서 사는 공적 마스크(1500원), 좀 비싸지만 줄 서지 않고 살 수도 있는 사적 마스크가 공존하는 것은 ‘불평등’하니 종식시켜야 한다는 ‘마스크 사회주의’로 가는 것이다.

공적 마스크 사려고 약국 앞에 줄 선 시민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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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는 의료진 공급이 우선이어야

코로나19로 마스크 품귀 현상이 일어나는 건 세계적 현상이다. 공급이 수요를 못 따르니 값이 뛰고, 시중에서 동이 나는 건 안타깝지만 당연하다. 그래서 더 불안해지고, 기를 쓰고 마스크를 구하려 들며, 정부는 뭐 하느냐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마스크를 안 써도 되는 사람들이 마스크에 매달리는 바람에 정작 의료진에게 돌아갈 마스크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미국에선 2월 29일 국가의사(surgeon general)가 “마스크 사기를 멈춰 달라!”고 트위터로 외쳤다. “일반인이 마스크를 쓰는 건 감염 방지에 효과적이지 않지만 의료진이 마스크를 못 쓰면 사회 전체가 위험해진다”는 이유에서다.

시작부터 잘못된 마스크 만능주의

한국에선 정반대다. 이덴트는 마스크 생산 중단을 선언하면서 “정부가 의료기관에 마스크 판매하는 것조차 불법이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개탄했다. 벌써 마스크 공장이나 판매처에선 “이 나라가 독재국가냐” “민주주의, 자본주의가 아니라 공산주의 공출제”라는 아우성이 나온다.

미국 국가의사 트위터


정부는 처음부터 ‘마스크 방역’을 지나치게 강조한 게 잘못이라는 의식이 없는 듯하다. 방송에선 시도 때도 없이 “외출할 때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캠페인을 벌여 불안을 부추겼다. 문재인 대통령은 건강한 국무위원들과 함께 하는 국무회의에서도 마스크를 썼다. 그러니 공급이 수요를 당해낼 리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진작 밝힌 마스크 필수 착용 대상은 환자, 환자를 돌보는 사람이나 의료인이다. KF80 이상 보건용 마스크 착용이 필요한 경우는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거나, 감염 의심자를 돌보는 경우, 의료기관 방문자, 감염 전파 위험이 높은 직업군 종사자(대중교통 운전사나 판매원, 대면서비스 종사자 등)로 분명히 알리고 있다. 나머지는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는 의미다.

정부가 “마스크 안 써도 된다” 할 수 없는 이유

중국 편향적이어서 신뢰를 잃은 세계보건기구(WHO) 말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도 ‘마스크는 환자가 남들에게 감염시키지 않으려고 쓰는 것’이라고 적어놨다. 코로나19 환자는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하지만 그것도 격리될 때까지고, 격리돼 있을 때는 쓸 필요가 없다. 심지어 ‘N95 마스크는 오직 의료종사자에게만 권장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게 팩트다.

정부로선 이제 와서 마스크 안 써도 된다고 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에 마스크를 퍼 나르다가 제 국민이 쓸 마스크가 부족해지니 딴소리라고 비판받을 게 분명하다. 그래서 정부는 온 국민이 마스크를 사서 쓸 수 있도록 이른바 ‘공적 마스크’ 관리에 나선 것이다.

공적(公的) 마스크가 온 국민의 지탄을 받는 공적(公敵) 마스크가 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정부가 무능하면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게 낫다. 민간인을 배제한 채 대뜸 ‘듣거라’ 식으로 명령을 내리면 재앙이 닥친다는 걸 이번처럼 명확히 보여준 적도 흔치 않다.

무능한 정부는 가만있는 게 낫다

“2월 27일부터 마스크의 절반은 우체국, 농협 등 공적 판매처에서 판다”는 ‘공적 마스크’ 발표가 나오고도 마스크는 여전히 귀한 몸이었다. 기획재정부 주도의 태스크포스에 식품의약품안전처, 산업통산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 높은 관리들이 책상머리에서 숫자만 써댄 결과라고 본다.

가령 이미 잡혀있는 수출 계약을 깨야 하는 공장이 있다면, 정부가 위약금이라도 줄 건지 외교적 방법은 없는지 TF는 지혜를 모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들은 대뜸 매점매석, 불법수출, 탈세 단속처럼 국민 때려잡기에나 나섰다.

정부가 발표하면 국민은 무조건 따르는, 국가주도 자본주의도 아닌 문재인 특색의 사회주의가 이런 식이다. 의도했던 결과라도 착착 나왔으면 또 모른다. 야당의원 주장대로 청와대는 마스크를 잔뜩 쟁여놓고 국민만 공적 마스크를 사라고 했다면, 6·25 때 한강 다리를 먼저 넘은 이승만 대통령이 떠오를 판이다.

마스크 쓴 문재인 대통령. 동아일보DB


공산주의 말고 건강한 시민의식으로

9일부터는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다. 마스크 국내 생산 1000만 장이 매일 나온다지만 국민 5200만 명이 평등하게 나눠 쓰려면 주당 1장으로도 모자란다. 마스크에서 ‘평등’이나 ‘공적’을 찾아선 안 된다는 얘기다.

정세균 총리는 8일 “나부터 면마스크를 쓰겠다”고 모범을 보이듯 말했다. 70세 넘은 나이 때문에 취약계층이라고 주장하면 할 수 없지만, 호흡기 질환이 없거나 의료기관을 방문할 때가 아니면 총리라고 마스크를 쓸 필요는 없다.

공적 마스크가 보여준 문재인식 사회주의 폐해를 이미 체험한 이상, 정부보다는 건강한 시민정신에 의지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모두에게 닥칠 수도 있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또 나보다 더 마스크가 필요한 사람을 위해, 우선 건강한 시민부터 마스크 사기를 관두는 것이다.

마스크는 의료진과 환자에게 양보하고, 건강한 시민들은 손 씻기에 열중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외환위기 때로 치면 ‘금 모으기 운동’과 다름없다. 그런 의미에서 공직자들부터 제발 마스크를 벗기 바란다.

김순덕 대기자 dob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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